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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징역 4년' 확정, '선거법 위반' 놓고 5년 간 반전 거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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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30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구치소로 향하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상선 기자

2017년 8월 30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구치소로 향하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상선 기자

원세훈(67) 전 국정원장이 연루된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 재판은 5년간 이어지며 ‘반전’을 거듭했다.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징역 4년을 최종 선고하기까지 재판부의 판결만 총 5차례 나왔다. 특히 원 전 원장의 형량을 가르는 쟁점이었던 공직선거법 위반을 두고 재판부의 판단이 수차례 엇갈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징역 4년 선고 #'뜨거운 감자' 선거법 위반 인정돼 #5년간 판단 엇갈린 재판만 5차례 #윤석열 항명, 채동욱 논란 등 불거져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원 전 원장은 2014년 9월 11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고 중 가장 가벼운 형량이었다. 앞서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지시해 1157개 계정으로 78만여건의 트윗을 작성, 유포한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국정원법 위반(정치 개입)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지시로 국정원이 정치 개입을 한 것은 맞지만, 선거 개입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도 종북 세력에 대응하라는 지시만 했고, 특히 11월엔 선거에 불필요하게 연루되지 않게 유의하라는 발언도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재판에선 트위터 계정 175개만 국정원의 공작 활동에 이용된 것으로 인정됐다. 또 ‘4.25 지논 파일’ ‘시큐리티 파일’ 등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은 심리전단 직원인 김모씨의 이메일에서 압수한 텍스트 형식의 파일로 당시 검찰이 국정원 공작에 쓰인 트위터 계정을 추론하는 중요한 근거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7년 8월 30일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서초동 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강정현 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17년 8월 30일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서초동 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강정현 기자

2심 재판부(서울고법)는 달랐다. 재판부는 2015년 2월 9일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원 전 원장은 법정구속됐다. 1심에서 무죄였던 공직선거법 위반이 2심에서 유죄로 뒤바뀐 것은 재판부가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박근혜)가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의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을 선거개입으로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소중한 기능과 조직을 특정 정당 반대활동에 활용했다.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행동으로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지논 파일과 시큐리티 파일 등이 증거로 인정됐고,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된 트위터 계정(1심 175개 인정)도 716개로 늘었다.

하지만 원 전 원장 사건은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425 지논, 시큐리티 파일에 증거 능력이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7년 8월 30일 파기환송심에서 법정구속돼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강정현 기자

2017년 8월 30일 파기환송심에서 법정구속돼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강정현 기자

파기환송심 재판부(서울고법)는 앞서 논란이 됐던 지논, 시큐리티 파일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고, 트위터 계정수도 391개만 인정했지만 2심(징역 3년)에 비해 형량은 오히려 늘었다. 재판부는 2017년 8월 30일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공직선거법 위반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18대 대선 당시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당시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사이버 활동을 한 것을 선거법 위반으로 봤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은 회의에서 수차례 선거 관련 발언을 하면서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는 말까지 했고, 여당 승리를 목표로 여론조사와 선거대책 수립 등의 활동을 해 선거활동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최종 선고했다. 국정원법, 공직선거법 위반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국정원 사이버팀 활동은 객관적으로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라며 “원 전 원장이 불법 정치관여와 선거운동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5년간 원 전 원장은 구치소와 법정을 오가며 추가 혐의로 기소돼 별도 재판까지 받는 신세가 됐다. 2016년 알선수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2개월이 확정됐고, 국정원 ‘방송 장악’ 의혹으로 추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국정원장 재직 시절 특수활동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검찰 기소를 앞두고 있다.

2017년 10월 23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10월 23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정원 댓글 공작이 처음 불거진 2012년 12월 이후 검찰은 ‘윤석열 항명 파동’, ‘채동욱 혼외자 의혹’ 등으로 부침을 겪어야 했다.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2013년 10월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 원 전 원장을 추가 기소하면서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는 이후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아 수사에서 배제된 채 대구ㆍ대전고검 등 ‘한직’을 전전했다.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선 “(수뇌부의) 외압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기소도 제대로 못 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폭로하면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윤 지검장은 이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고,새 정부 출범 뒤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2013년 퇴임 당시 모습. 최승식 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2013년 퇴임 당시 모습. 최승식 기자

2013년 9월엔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국정원 댓글 사건을 파헤치던 채 전 총장은 갑자기 터진 혼외자 논란에 휘말려 총장 취임 후 6개월 만에 사퇴했다.

현재 검찰은 이 의혹과 관련해 당시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에서 혼외자 관련 정보 등을 불법 수집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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