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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대항마는 누구? …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의 계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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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같은 상황 다른 생각, 박 VS 이=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박근혜 당 대표나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모두 중요하다.

이 시장과 대통령 후보 경쟁을 벌이는 박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상징성이 있는 서울에서 질 경우 5.31 지방선거의 빛이 바랜다. 탄핵 역풍에서 당을 구했던 박 대표의 '잔다르크 이미지'가 상처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시장에게도 차기 서울시장 선거는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선거다. 여당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 자신이 쌓아 놓은 업적을 깎아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더 나아가 후임 시장이 자신에 대한 약점과 공격거리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하고 있다. 제2, 제3의 황제 테니스 파문이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럴 경우 대선 길목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는 것은 박 대표보다는 이 시장에게 훨씬 깊고 강한 후유증을 예고하는 셈이다.

그런 때문인지 후보를 영입하자는 목소리는 이 시장과 가까운 의원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나온다. 박계동 의원이 대표적 예다. 본인이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그는 4일 "당 지도부가 영입을 결심하지 않으면 의원모임을 동원해 아래로부터 영입기류를 만들겠다"는 기자회견을 했다.

후보 영입에 대한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입장은 절박감의 차이만큼 거리감이 느껴진다.

박 대표는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는 당헌과 당규의 절차를 중시하는 편이다. 그는 "당에서 뛰고 있는 후보들은 다 능력과 비전을 가진 손색없는 후보"라며 "명분 없이 사적인 목적을 갖고 전략공천을 해선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이 시장은 영입 자체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여당 후보군이 수도권 벨트를 구성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고 한나라당에서 의원 3명이 나오는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거물급 인사를 영입한다면서 경선하는 것은 모순"이라고도 했다.

◆ "대선 전초전이 시작됐다"=한나라당은 서울시장 경선을 위해 4월 27일과 5월 4일 올림픽공원 내 경기장을 예약했다. 후보 영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선일을 최대한 늦춰 잡은 것이다. 지난주 초 맹형규.홍준표.박진.박계동.권문용 등 예비후보 5명은 당의 공직후보자추천 심사위원회에서 면접시험을 치렀다. 심사위원들은 20분의 면접시간 중 15분간 후보영입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고 한다.

면접을 마친 후보들은 "영입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박 대표와 이 시장이 만나 영입인사를 누구로 할지 합의해야 하고 영입인사의 경선 없는 전략공천에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회동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시장은 절박하다. 그의 주변에선 "두 사람이 만나 결단을 내리고 정치적 부담을 나눠가지면 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당내 후보의 반발을 의식해 공개적으로 만나자는 얘기를 못 꺼내고 있다. 박 대표는 절차를 내세워 조금의 가능성도 열지 않고 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당내에선 머지않아 어떤 식으로든 후보 문제를 둘러싼 '빅 2'의 움직임이 포착될 것으로 전망한다. 홍준표 의원은 "아무래도 대선주자 간에 대선 전초전이 시작된 것 같다"고 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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