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해야 선거 문화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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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매니페스토 아카데미가 4일 서울 인의동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서명연 광진구 광역의원 예비후보, 김효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이명희 매니페스토정책선거추진본부 공동대표,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 이정식 강북구 기초의원 예비후보. 박종근 기자

"'맡겨만 주세요' 이런 식이 아닙니다. 구호가 아닌 유권자가 판단할 정책을 제시하자는 겁니다."(이동철 매니페스토연구소장)

4일 서울 종로구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5층. 작은 강당은 100여 명의 5.31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5.31 지방선거를 정책 선거로 치르기 위한 '매니페스토 아카데미'가 열리는 자리다. '정책으로 후보자를 선택하자'며 유권자의 참여 의식을 높이는 매니페스토 운동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선거에 뛰어든 전국의 후보자들에게 '이렇게 매니페스토 공약을 만들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주려는 장이다. 매니페스토 추진본부가 주최하고 중앙일보.중앙선관위와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중심당의 정책위원회가 후원했다. 아카데미는 서울을 시작으로 12일 대구.경북에서 마무리된다. 전국으로 퍼져나오는 매니페스토 운동 로드쇼다.

"'치안을 확보하겠다'는 주장이 아니라 '임기 4년 동안 경찰관 1500명을 충원하고, 재원은 시 행정요원 1500명을 단계적으로 줄여 마련하겠다'는 게 매니페스토 공약입니다." 이 소장의 설명에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안산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이하연(48) 안산시 의원은 "매니페스토가 뭔지 알기 위해 왔다"며 "즉흥적인 공약으로 일단 당선만 되면 끝이라는 풍조는 이젠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래 매니페스토 추진본부 공동대표는 "중앙일보에서 처음 소개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한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농협.축협조합장 선거는 물론 교육감.대학총장 선거에 나오려는 분들까지 매니페스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문의해 온다"고 했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2월 1일자로 매니페스토 운동을 첫 보도한 후 이 운동은 지방선거의 핵심 흐름으로 떠올랐다. 중앙선관위는 보름 뒤 매니페스토 운동 확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각 정당들이 동참을 선언했다. 매니페스토 운동에 소극적이던 여타 언론사들도 이 운동을 부각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매니페스토가 거창하고 완전히 새로운 공약은 아니다. 이노우에 료이치(井上良一) 일본 가나가와현 매니페스토 네트워크 사무차장은 "일본에선 시장 부인이 만든 알기 쉬운 매니페스토 공약집이 선거에서 톡톡한 효과를 봤다"며 "돈은 그다지 들지 않아도 유권자의 생활과 밀착된 공약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매니페스토 추진본부는 이날 공약 평가의 지표로 'SMART 지수'와 함께 'SELF 지수'를 제시했다. 개별 공약의 구체성.달성가능성.시행일정 등을 따지는 게 SMART 지수다. 여기에 SMART 지수론 검증할 수 없는 후보자 공약 전반에 대한 주민 참여도 등을 SELF 지수로 검증한다.

아카데미엔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 한나라당 진수희 공보부대표, 김효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참석했다.

채병건.서승욱 기자 <mfemc@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 매니페스토 운동이란 = 정당이나 후보자가 선거공약을 제시할 때 '목표' '우선순위' '절차' '기한' '재원'의 다섯가지 조건을 반드시 갖추도록 하는 운동. 이를 통해 유권자는 어느 정당, 어느 후보의 공약이 '헛공약'인지 아닌지 제대로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영국에선 1997년 총선 때 노동당의 블레어 후보가, 일본에선 2003년 지방선거 때 마쓰자와 후보가 시작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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