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의 한국근로자 폭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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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시아 대륙의 저편 이란의 건설공사장에서 일하던 대림산업 소속 근로자 10여명이 이라크 공군의 폭격을 받아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했다.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도, 책임도 없는 두 나라의 싸움에서 유탄을 맞아 희생된 비보다.
근래 세계 도처에서 우리 국민이 관련됐거나 희생된 각종 사고가 일고 있어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필리핀, 레바논과 서북 아프리카에선 게릴라 세력에의해 우리외교관과 근로자들이 때 때로 납치됐다. 어양에선 해난사고가 잦았고 전지에선 미사일과 폭격의 피해가 잇따랐다. 사할린과 인도양 상공에선 대형 항공사건도 있었다.
크게 보면 근대화 이 후 해외진출의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희생이다. 어쩌면 5대양 6대주에 진출하여 세계와 경쟁하며 뛰고 있는 우리 청장년들의 시대적 숙명인지도 모른다.
영국이 2백년간 세계를 지배한 해양대국이 되기까지 숱한 용사들의 모험과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바이킹의 원주족인 노르웨이의 「아문센」과 남극점 탐험경쟁을 벌이다 패배하여 동사한「스코트」해군대령의 탐험대나 태평양항로를 개척하고 호주 . 뉴질랜드를 식민화한 후 하와이에서 원주민에 맞아 죽은 「쿠크」선장의 선단의 희생이 없었던들 대영제국은 건설될 수 없었다.
이란-이라크전쟁은 끝을 모르는 장기 소모전으로 9년째 계속되고 있다. 오랜 민족감정과 영토분쟁에 양국 지도자의 사원까지 겹쳐 복잡해진 이 전쟁은 아직도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계속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이란에 대림·대우등2개사 7개현장에 8백66명, 이라크엔 삼성·현대등에서 3천9백92명이 진출하여 생명의 위협과 무더위등 악조건과 싸우며 일하고 있다. 오늘의 외화수지 개선은 그런 산업전사들이 흘린 피와 땀의 댓가다.
이란-이라크전은 우리의 힘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싸움이다. 책임과 영향권을 벗어나 있는 외국들의 전쟁이다.
그러나 심한 피해를 본 지금 우리는 주위를 돌아 볼 여지는 있다. 혹시라도 전지훈련이나 안전대책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현지국가 당국과의 협조관계엔 하자가 없었는지, 그리고 희생자를 위한 사후 보장대책은 제대로 돼 있는지등을 재점검하고 미흡이 있으면 철저히 보완해야 한다.
이번의 비극이 결코 끝은 아니다. 지금 우리의 해외진출 상황으로 볼 때 그 보다 더 큰 사고가 하늘과 땅과 바다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개연성은 얼마든지 널려있다. 정부, 기업과 국민 모두의 주의깊은 준비가 절실하다.
교전 당사국들은 국제법에 규정된 전쟁법규를 준수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평화적인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한 무력동격이 금지된지는 오래다. 그럽에도 이란-이라크 전쟁에선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진적이 없다.
무익한 소모전은 이제 끝나야 한다. 중동의 영향력 있는 지역국가와 세계의 강대국가들은 인류의 안전을 위해 조기종전의 노력을 적극화해야 한다.
특히 테헤란과 바그다드의 지도자들은 이 쓸모없는 전쟁에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국력을 소모해선 안된다. 비록 전쟁에서 이긴다해도 그 결과는 지도자 개인의 자존심 충족 이외에 무슨 국민적 만족이나 국가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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