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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참모 잘못이 아니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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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오래전, 그러니까 2010년 11월 말의 일이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우리 군에 대한 여론이 나빠져 국방부 장관을 교체해야 하는 국면이었다. 언론에선 새 장관에 덕장(德將)으로 알려진 이희원 대통령 안보특보가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도 95% 그랬다. 하지만 발표 몇 시간 전에 바뀌었다. 세간엔 재산 문제로 알려졌지만 그게 아니었다.

당일 아침 김효재 당시 의원이 한 청와대 수석에게 연락했다. “센 장관이 들어와야 국면 돌파가 가능할 텐데…. 걱정이다.” 결국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등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설득했다. “호상(虎相·호랑이 얼굴)을 가진 무인이 나와야 한다.” 막판 김관진 장관이 발탁된 배경이다.

인사에서 검증 특히 도덕성은 일부분일 뿐이란 의미다. 이 일화를 거론한 의도를 알 거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의지가 강했고, 애초 검증 통과로 판단했다면 지명은 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퇴 과정에서 참모들의 처신은 부적절했다.

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낙마 사유가) 검증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조국 민정수석의 잘못이 아니라고 두둔했다. 크게 오해했다. 검증은 임명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결과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낙마했다면 검증 잘못이며, 이는 기준을 만들고 판단한 사람이 잘못했다는 얘기다. 기준대로 했으니 잘못 없다는 건 하급 ‘늘공’(공무원)이나 할 법한 변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도록 한 것도 문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하겠다”고 했었다. 김 전 원장의 우리은행·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출장 건은 자유한국당 의원도 거절한 여정이었다. 관행으로 치부할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청와대는 피감기관이 지원한 19, 20대 의원들의 해외 여정을 공개하며 김 전 원장 건과 유사한 양 주장했다. 아니다. 대부분이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여야가 함께했다. 국민권익위는 이런 경우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다. 야당들이 일제히 반발한 이유다. 국정 운영을 위해선 야당의 협조까진 아니어도 묵인 내지 방조가 필요하다. 국민 마음이 떠난 김 전 원장을 살리려고 야당까지 돌려세운 셈이다. 또 중앙선관위까지 공개 개입시켜 청와대의 법적·정무적 판단 능력까지 드러냈다.

이랬는데도 참모들에게 잘못이 없다면 도대체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고정애 중앙SUNDAY 정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