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GM 노사의 ‘벼랑 끝 대치’에 싸늘한 국민 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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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GM 노사의 벼랑 끝 대치에 국민 시선이 싸늘하다. 어제 인천에선 지역 단체 관계자와 시민 3000여 명이 노사 타협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출근하는 부평공장 직원들에게 호소문을 전달했다. 공멸 위기 앞에서 기 싸움만 펼치는 노사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다.

지금까지 노사는 여덟 차례나 교섭에 나섰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비용 절감 자구안에 대한 잠정 합의를 먼저 하자고 주장하지만, 노조는 군산공장 고용 문제를 포함한 일괄 타결을 고집하고 있다. 이 와중에 GM은 “오는 20일까지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겠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GM은 한국GM에 빌려준 대출금의 출자전환 계획을 재고하겠다는 등 정부와의 협상에서도 강경 입장을 내비쳤다. 경영 부실에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대주주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협상 카드다. 하지만 노조의 책임도 크다. 회사가 어려운데도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노력은 외면한 채 고임금 지키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노사 모두 벼랑 끝 전술을 그만두고 대승적 차원의 양보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노조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한 상황이다. GM이 한국을 떠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떠나는 자보다 남는 자의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이다. 만일 자구안 마련에 실패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GM의 신차 배정은 물론이고 산업은행의 지원도 끊겨 회사는 청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해 30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갈 수 있다.

노사의 벼랑 끝 전술은 자신들에 유리한 조건으로 정부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압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압박에 휘둘려서는 국민의 비판을 피할 길 없다. 대주주의 책임, 이해 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 생존 가능성에 따른 지원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