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드루킹 의혹, 청와대가 진실을 밝힐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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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가 어제 드루킹 의혹과 관련해 또다시 말을 바꿨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협박한 드루킹의 추천 인사를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만난 것과 관련, “추천해서 만난 게 아니라 ‘문제가 있다’고 일종의 신고를 해서 만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사 검증 차원에서 만난 게 아니란 뜻인데, 문제는 청와대 해명이 시시각각 바뀌고 있어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 더 알기 어렵게 됐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전날 오전만 해도 “드루킹의 인사 청탁 의혹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가 오후엔 “드루킹이 추천한 인사를 민정비서관이 청와대 연풍문 부근에서 만났다”고 새로운 입장을 내놨다. 그러다 이젠 ‘협박 신고를 받고 만났다’고 해명한 것이다. 하지만 김경수 의원은 드루킹의 인사 청탁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안 된 이유를 설명까지 해줬다고 했다.

게다가 김 의원 역시 기자회견 때마다 설명이 달라 의심을 키우고 있다. 첫 번째 회견에선 “김씨가 무리한 인사 관련 요구를 했지만 청탁이 뜻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렇게 끝난 일”이라고 했다. 두 번째엔 “김씨가 추천한 변호사의 이력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밝히더니 이젠 청와대와 함께 “인사 청탁이 아니다”고 하고 있다. 인사 면접과 인사 협박에 따른 조사라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부딪치고 있다.

어느 쪽이든 백 비서관은 조국 민정수석에게 면담 사실을 보고했다고 했다. 협박 신고를 받고 만났다면 청와대는 김 의원과 댓글 주모자가 도대체 어떤 관계였는지, 드루킹의 협박은 뭐였는지에 대한 경위와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최소한 드루킹의 개인 일탈인지, 정권 차원의 게이트인지 정도는 판단했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사건 초기엔 대충 눙치고 넘어가려 했다. 그런 태도가 의혹을 키우고 있다. 검경 수사와 별도로 이젠 청와대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