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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푼다더니 … 소식 없는 중국 단체관광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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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13일 서울 명동을 찾은 중국 관광객. 아직 중국 당국의 ‘한한령’ 해제 움직임은 없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명동을 찾은 중국 관광객. 아직 중국 당국의 ‘한한령’ 해제 움직임은 없다. [연합뉴스]

“중국은 손을 놓고 있다.”

양제츠 2주 전 방한 “믿어달라” 약속 #중국 여행사 “지침 없어 못 움직여” #국내 여행사, 보따리상 유치하거나 #동남아 고객들 모집으로 방향 틀어

중국·동남아 인바운드(한국에 오는 외국인 대상 관광 서비스) 여행사의 한 임원 말이다. 이 임원은 “중국 현지 여행사가 여행객 모집을 하지 않으니 할 게 없다. 지난겨울부터 중국 대신 베트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여행사는 중국 당국이 지난해 말 단체관광을 허용한 ‘한한령(限韓令) 해제 지역’인 산둥성에서 오는 선박 단체관광도 받고 있지 않다. “1000위안(약 17만원)짜리 상품을 받아 봐야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비수기인 지난겨울엔 이 단체관광 상품 가격이 300~500위안(약 5만~8만원)이었다. 지난달 30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사항은 곧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믿어달라”고 한 지 2주가 넘었지만 중국발 훈풍은 불지 않고 있다. 양 위원이 말한 문 대통령의 관심사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이후 발이 묶인 중국인 단체관광, 롯데마트의 매각과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재개 등이다. 하지만 여행사·호텔·면세점 등 내수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인 단체관광은 전혀 달라질 기미가 없다. 정근희 한국관광공사 차장은 “지사를 통해 중국 소식을 받고 있지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한 중국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 단체관광은 늘 민감한 사안이라 (중국 당국의 지침이 없으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변한 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양제츠(楊潔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사항은 곧 가시적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믿어달라”고 한 지 2주가 넘었지만 중국발 훈풍은 불지 않고 있다. 양 위원이 말한 문 대통령의 관심사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이후 발이 묶인 중국인 단체관광, 롯데마트의 매각과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재개 등이다. 하지만 여행사·호텔·면세점 등 내수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인 단체관광은 전혀 달라질 기미가 없다. 정근희 한국관광공사 차장은 “지사를 통해 중국 소식을 받고 있지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한 중국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한국 단체관광은 늘 민감한 사안이라 (중국 당국의 지침이 없으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변한 건 없다”고 말했다.

중국 내 롯데마트 매각과 선양 롯데월드 프로젝트 재개 여부도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고 롯데 측은 밝혔다. 양제츠 발언 후 아모레퍼시픽 등 중국 관련 주는 기대감에 잠시 오름세를 탔지만 이후 횡보 중이다. 한한령 이후 관광 인프라는 시나브로 금이 갔다. 폐업한 중국 전문 여행사가 25% 가까이 된다. 중화동남아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지난 1~2월에 121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30곳이 폐업하거나 대표가 연락이 안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도산한 여행사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여행사는 고육책으로 동남아·일본에 지사를 두고 중국인을 받고 있다. 한국 여행사가 중국인을 대상으로 동남아에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인바운드는 사실상 ‘면세점 송객업’으로 바뀌었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중국 인바운드는 ‘다이거우(代購·중국 보따리상) 여행사’와 ‘일반 여행사’로 양분됐다. 다이거우 여행사란 보따리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여행사다. 여행사는 이들을 면세점에 보내고 면세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대부분의 수익이 여기서 나기 때문에 여행 서비스보다 다이거우 유치가 목적이다. 또 구매력 높은 다이거우를 유치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데, 중국 현지 여행사에 웃돈까지 얹어 주며 중국인을 유치하는 ‘인두세’가 대표적이다.

현재는 이런 흐름이 일반 여행객 대상 여행사로까지 번졌다. A여행사는 지난겨울까지 개별 여행객을 취급했지만 봄부터 ‘다이거우 여행사’로 전환했다. 여행사 직원 B씨는 “결국 수익은 면세점에서 나오는데, 다이거우를 유치하면 일반 여행객보다 수수료를 두 배로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 C씨는 “공식적인 송객 수수료 외에도 매출이 높은 여행사에 한해 연말에 지급하는 인센티브 등 리베이트도 문제”라며 “면세점 쇼핑에만 집중하고 관광은 없는 악순환이 지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매달 30만 명 수준의 중국인 입국자 숫자가 유지되는 것도 한 달에 몇 번씩 들어오는 보따리상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중 유치한 중국 단체관광객 2만여 명도 남는 게 없는 장사였다. 올림픽 기간 중 중국 단체관광객 1500여 명을 유치한 여행사 대표 D씨는 “여행 목적이 아니라 5년짜리 한국 비자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라며 “도시락을 싸 온 여행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20만원 티켓’을 소지한 중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향후 5년간 복수비자를 주기로 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섣불리 단체여행객 유치에 나서는 것보다는 관광업계 관행을 개선하는 등 내부를 돌아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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