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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드러그스토어 테스트용 제품 코너의 경고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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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나들이가 많아진 요즘 화장을 고치기 위해 드러그스토어에 잠깐 들르는 여성이 많다. 테스트용 파우더나 마스카라, 립스틱을 바르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짜’라고 무턱대고 사용할 일이 아니다. 테스트용 화장품이 세균 관리에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기자의 눈

지난 1월 한국소비자원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화장품 매장 16곳에서 테스트용 화장품 42개의 위생 실태를 조사했다. 그중 14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미생물이 검출돼 위생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섀도 16개 중 두 제품에선 ‘총 호기성 생균’이 최대 2300cfu/g으로 기준치(500cfu/g 이하)를 크게 웃돌았다. 한 제품에선 병원성 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마스카라 10개 중 5개에서도 총 호기성 생균이 발견됐다. 립 제품은 특히 심각했다. 16개 중 4개에서 총 호기성 생균이 기준치의 2140배나 검출됐고 3개 제품에선 황색포도상구균이 나왔다.

살아 있는 세균과 진균(곰팡이)인 총 호기성 생균에 오염된 테스터 화장품을 사용할 경우 모낭염·종기·부스럼·맥립종·화농성감염증 같은 세균성 피부 질환에 걸릴 수 있다. 황색포도상구균은 사람의 피부·점막에 살며 감염을 일으킨다. 이 균이 눈에 감염되면 세균성 각막염을 유발한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테스트용 화장품 중에서도 립 제품은 입술에 직접 바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입술을 통해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포함해 각종 병원성 세균·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장염에 걸려 구토·설사를 한 사람이 화장품 매장에서사용한 테스트용 립스틱을 다른 사람이 발랐다면 입술을 통해 대장균 같은 장내 세균이 전파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선 매장 측의 부실한 관리 실태도 드러났다. 16개 매장 중 13곳에선 아이섀도를, 9곳에선 립스틱 같은 고체형 제품을 뚜껑이나 덮개 없이 비치했다. 또 42개 제품 중 개봉 일자가 기재된 제품은 6개뿐이었다. 13개 제품은 아예 유통기한·제조일자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한화장품협회는 관련 업계에 테스트용 화장품 위생 관리 강화를 권고했다. 전국 1010곳(지난해 12월 기준)에 매장을 운영하는 올리브영 측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테스트용 제품 진열대에 ‘립스틱·아이섀도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은 손등에 테스트해 주세요’라는 주의 문구를 색조화장품 매대에 비치한다”며 “집기나 테스트용 제품의 주변 소도구를 주기적으로 알코올로 소독하는 등 위생 관리에 더 신경 쓴다”고 밝혔다. 소비자의 노력도 필요하다. 크림 제품을 테스트할 땐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 손가락으로 덜지 말고 화장품 전용 주걱이나 면봉을 사용하는 게 좋다. 또 테스트용 제품에 기재된 개봉일자·유통기한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 봄날 내 입술에 오염된 ‘꽃’이 피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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