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제2 도약 자금 1조원 들어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나들이 차량이 급증하는 봄날을 에너지·화학업계는 ‘드라이빙 시즌’이라 부른다. 이 시기에는 유류 소비가 늘면서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기업가치도 상승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내달 알짜 윤활유 자회사 상장

SK의 에너지 전문기업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드라이빙 시즌에 상장 이슈까지 겹치면서 기업가치 상승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을 100% 보유한 윤활유·윤활기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가 내달 기업 공개(IPO)를 앞두고 있어서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 3일 증권 신고서를 제출하고 구주 매출과 신주 모집을 8대 2로 병행해 보통주 총 1276만5957주 공모를 확정했다.

업계에서는 기업 공개 절차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말 SK이노베이션에 유입되는 현금만 최소 1조원에서 최대 1조2000억원 가량(세전 기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루브리컨츠는 현금 수익 창출 능력, 무차입에 가까운 재무상황, ROE(자기자본이익률) 20~25%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상장 가치가 5조3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입되는 현금을 기업가치 제고와 차세대 성장 재원 확보에 사용해 제2 도약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다우로부터 고부가 화학 제품군인 에틸렌 아크릴산(EAA) 및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사업을 인수했다. 헝가리 코마롱에는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모두 비정유사업 분야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은 비정유사업에서만 2조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SK루브리컨츠가 특화한 영역인 윤활유와 윤활기유 분야에서도 실적이 나아질 전망이다. 윤활유는 기계 마찰력을 줄이거나 마찰열을 분산할 목적으로 사용한다. 글로벌 고급 윤활기유 시장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3.5%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SK루브리컨츠는 자동차 윤활유 브랜드 ‘지크(ZIC)’를 앞세워 이 시장에서 전 세계 점유율 35.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