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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근감소증 남성 노인, 사망 또는 입원 확률 5.2배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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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리포트 -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팀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근육이 줄고 근력이 떨어지는 근감소증이 노년기 건강 악화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장일영 전임의, KAIST 정희원 박사 연구팀은 강원도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2014년 10월부터 2017년 8월까지 평창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343명(남자 602명, 여자 741명)의 근육량·근력과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했다. 이 기간 동안 29명이 사망했고, 89명은 건강이 악화돼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떨어지면 건강이 악화돼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근감소증으로 인한 건강 악화는 남성 노인에게 두드러졌다. 근감소증이 있는 65세 이상 남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5.2배(여성의 경우 2.2배) 높았다. 또 성별과 관계없이 근감소증이 있으면 일상생활 능력이 떨어지는 장애 발생 확률이 2.15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근감소증은 체성분 분석 검사로 근육량을 확인한 후 악력이나 보행속도를 측정해 진단한다. 만성질환, 영양 부족, 운동량 감소 등으로 전체적인 근육량이 줄고 근력·근 기능이 떨어진 상태다. 근육은 엉덩이·허벅지·종아리 등 하체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근감소증이 생기면 다리를 들고 이동하는 보행속도가 느려진다. 앉았다 일어나기도 힘들고 관절통이 악화한다.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원인이 된다. 골밀도 역시 떨어져 잘 넘어지고 뼈가 부러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감이 심해 누워서 생활한다. 회복 속도도 느려 병에 걸리면 빨리 낫지 않고 합병증이 잘 생긴다.

 이런 이유로 근감소증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인에게 맞는 근감소증 진단 기준이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기존의 아시아·유럽의 근감소증 진단 기준 대신 새로운 기준을 적용했다. 아시아 기준은 65세 이상 남자는 7㎏/㎡ 이하, 여자는 5.7㎏/㎡ 이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선 근감소증 기준을 남자 노인 6.4㎏/㎡, 여자 노인은 5.2㎏/㎡ 이하로 설정했다. 근감소증의 기준 단위는 사지 근육량(㎏)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연구책임자인 이은주 교수는 “한국인의 근감소증 기준 수치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건강 악화 상관성을 밝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근감소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 근감소증을 예방하려면 유산소·근력 운동을 병행하면서 고기·계란 등 단백질을 섭취해 근육 소실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노인의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임상노화연구(Clinical intervention in Ag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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