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The Molding’
낡은 이불 더미나 오래된 한복, 버려진 보자기는 설치 작가 이혜민의 손을 거치면 보드라운 미니 쿠션으로 거듭난다. 알록달록 현란한 쿠션은 하나씩 자태를 뽐내기도 하고 옹기종기 모여 푹신함을 전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하늘로 승천하려는 용처럼 꿈틀대며 원기왕성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작품이 눈길을 끈다. 3층 높이 천장을 뚫어버릴 듯한 기세로 촘촘히 쌓여있는 쿠션들은 마치 재크와 콩나무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블랙앤화이트, 레드앤블루의 색상을 또렷하게 대조한 작품들도 볼 만하다. “부드럽지만 힘찬, 연약하지만 강렬한 열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글 정형모 기자, 사진 갤러리 로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