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만큼 참았다" 지난해 이혼상담 연령 1위는 50~6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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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황혼 이혼 상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녀의 성장이 끝나고 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결혼 초부터 시작된 갈등이 황혼 이혼 상담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기대 수명이 증가한 것 역시 그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은 50대, 남성은 60대 이상이 각각 1위 #"경제적 안정기·기대 수명 증가가 주요 원인"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2017년 면접상담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이혼상담(5215건) 가운데 여성은 50대(1077건·27.8%), 남성은 60대 이상(409건·30.4%)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부터 2016년까지의 누적 이혼 상담 사례로 봤을 땐 여성은 30대(32.7%), 남성은 40대(30.4%)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는 최근 나타나는 경향과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꾸준히 오르던 50대 여성 이혼 상담률은 2017년 처음으로 1순위를 기록했으며 60대 이상 남성의 경우 2016년부터 모든 연령대를 제치고 꾸준히 1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혼 상담 연령대 추이[사진=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이혼 상담 연령대 추이[사진=한국가정법률상담소]

이혼상담 사유로는 남녀 모두 '민법상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가장 많이 들었다. 이 사유에는 장기별거·성격차이·경제갈등·폭언·생활무능력 등이 들어있으며 그 중에서도 장기별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상담을 신청한 여성의 45.1%가 이를 사유로 들었고 남성의 57.3% 역시 이를 사유로 꼽았다.

여성 이혼 상담자들은 그밖에 '남편의 폭력(31.0%)', '남편의 외도(13.0%)'를 이혼상담 사유로 들었다. 남성 이혼 상담자들은 '아내의 가출(18.9%)', '아내의 외도(12.3%)'를 상담 사유로 차례대로 언급했다.

상담소는 50대~60대 이혼 상담이 늘어난 데 대해 "이미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으나 자녀 양육이나 경제 문제 등을 이유로 참다가 자녀가 성장하고 경제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면 이제라도 자신의 삶을 찾겠다며 이혼을 결심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연금분할 청구가 가능해지면서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가질수 있게 된 것과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갈등 많은 배우자에게서 벗어나 독립된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진 것도 그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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