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편ㆍ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살해된 여성 85명”

폭행 일러스트. [중앙포토]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85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17년 한 해 과거 또는 현재 배우자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85명, 미수까지 포함하면 188명이며,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5명에 달했다”고 11일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언론에 보도된 사건 분석을 통해 작성한 통계를 바탕으로 ‘2017년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 통계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성의 전화는 “이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분석에 따르면 피해자의 연령은 40대가 24%로 제일 높았고, 다음으로 50대가 20%, 20대가 18%, 30대가 1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데이트관계의 남성에 의한 살인범죄의 연령대별 피해여성의 수는 20대와 40대가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30대가 21명, 50대가 17명, 10대가 6명, 60대가 3명으로 나타났다. 데이트폭력은 주로 20~30대에서 발생한다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실제 40~50대에서도 높은 비율로 발생하며 다양한 연령층에서 발생했다.

또 피해자 뿐 아니라 피해자의 자녀와 부모, 현재 파트너, 이웃 등 주변인 55명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 특히 방화를 동반한 범죄로 인한 이웃주민의 피해, 피해자의 일터나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발생한 폭력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시민이 흉기에 찔리는 등 이웃의 피해가 많았다. 여성의전화는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에 대한 폭력은 피해자의 범위, 범죄 발생장소와 수법 등을 보았을 때, 공ㆍ사 공간을 아우르는 생활영역에서 발생하며 피해자와 생활상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은 물론, 무관한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가해자가 진술하는 범행동기에 따른 피해자 현황을 살펴보면 여성이 살해된 사건의 경우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친밀한 관계일 때 사회는 폭력 피해자인 여성을 오히려 비난하며 피해자에게서 범행동기를 찾는다”고 비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