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韓 지원 중단으로 문 닫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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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갈루치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이사장[워싱턴=연합뉴스]

로버트 갈루치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이사장[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가 5월에 문을 닫는다. 이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오는 6월부터 연구소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여파로 보인다.

10일 로버트 갈루치 한미연구소 이사장은 학술적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완전히 부적절한 간섭"을 거부한 뒤 지원 중단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의 요구는 한미연구소 대표를 바꾸라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한미연구소는 2006년 설립된 싱크탱크로,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를 운영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다음달 11일 문을 닫게 된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USKI).

다음달 11일 문을 닫게 된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USKI).

앞서 지난달 29일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회가 한미연구소에 대한 예산지원 중단 결정을 내렸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KIEP 측이 지원중단 명분으로 회계 투명성 등 운영상 문제를 그 주요 이유로 제시했으나 한미연구소 측에서는 구재회 소장 교체 등 '인적 청산'을 염두에 둔 조치 아니냐며 반발했다. 구 소장은 이명박 정부 실세였던 이재오 전 의원 등 구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부터 한미연구소 운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2018년 3월까지 불투명한 운영상황을 개선하고 보고’하기로 하였으나 이행되지 않자 앞으로의 예산 지원 조건으로 구 소장 교체를 요구했다는 게 KIEP 측 설명이다.

그러나 한미연구소 측은 '싱크탱크 물갈이'에 나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구 소장이 '안식년 형태로 퇴진하겠다'는 절충안을 냈지만, 한미연구소 측은 KIEP 측이 38노스 편집장인 제니 타운 부소장의 동반교체까지 요구했으며, 갈루치 이사장이 구 소장 교체를 계속 반대하자 예산지원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타운 부소장은 지난 5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정부, 특히 권력 남용을 뿌리 뽑겠다는 진보 정부의 타깃이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갈루치 이사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청와대의 한 사람'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예산 중단 조치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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