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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4명 목숨 앗아간 화재 원인은 "아버지의 방화"

중앙일보

입력

부산 경찰과 소방당국이 29일 오후 3시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 경찰과 소방당국이 29일 오후 3시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일가족 4명이 숨진 부산 아파트 화재 원인으로 아버지의 ‘방화’가 의심받고 있다.

경찰은 10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당시 화재로 숨진 아버지 박모(46)씨가 아들 3명(13살·11살·8살)이 자는 사이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씨와 세 아들이 숨진 안방 출입구 주변으로 추정된 발화 지점에서 라이터가 발견됐고, 의류나 종이에 직접 불을 붙인 연소 현상이 보이는 점, 누전 등 전기적인 요인·인화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설명했다.

경찰은 또 박씨가 최근 아파트 5채와 분양권 2건 등 부동산 투자로 인한 자금 문제와 회사일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해 평소와 다른 행동과 말을 했다는 주변 진술을 확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박씨와 세 아들에게서 수면제 등 약물이나 독극물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주변 CCTV 분석 결과 외부인 출입도 없었다.

경찰은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신변을 비관한 박씨가 아내가 집을 비우고 아이들이 잠을 자는 사이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잠정적으로 결론 내렸다.

다만 화재 당시 유독가스나 강한 열기에도 한 명도 깨지 않았거나 탈출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지난달 29일 오전 5시 42분쯤 부산 동래구 수안동에 있는 한 아파트 1층 안방 입구 거실에서 불이 나 안방, 거실, 부엌 등 66㎡를 태우고 소방서 추산 2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불이 난 아파트 안방에서 잠을 자던 박씨와 세 아들은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의 아내는 전날 계 모임을 나가 화마를 피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확한 감정 결과가 나오면 화재·사망 원인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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