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주식·채권 5년 내 암호화폐로 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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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번

패트릭 번

“월가에서 발행되는 모든 주식과 채권이 5년 안에 증권형 토큰으로 대체될 것이다.”

세계 첫 비트코인 결제 도입 #오버스탁 CEO 패트릭 번 전망 #소로스도 작년 1억 달러 투자

온라인 쇼핑몰 오버스탁의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번(사진)의 예언이다. 오버스탁은 2014년 세계 처음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곳이다. 번은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2008년 경제 위기 때 주식거래 시스템의 결함으로 많은 문제가 생겼다”라며 “밥 그레이펠드 전 나스닥 CEO가 말한 것처럼 향후 5년 내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이용한 주식거래 시스템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은 자체 블록체인을 보유한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 쓰이는 암호화폐가 비트코인(BTC)과 이더(ETH)로, 이를 코인이라고 부른다. 토큰은 이런 플랫폼 기반 위에 구축된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쓰이는 암호화폐다.

번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통한 ‘토큰 경제(token economy)’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소위 모든 자산의 토큰화(toknization)가 가능한 경제 시스템이다. 1602년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를 처음으로 시작된 주식회사 모델이 토큰 경제로 대체될 것으로 확신한다. 200조 달러의 부동산 시장이나 100조 달러의 채권 시장 역시 증권형 토큰 시장으로 편입될 수 있다.

번의 믿음의 근간에는 법정화폐에 대한 불신이 있다. 그는 자칭 ‘정당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주의자’다. “건전한 통화 제도는 정부 관료의 변덕에 기초하는 모델이 아니라 관료들이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뿌리를 둬야 한다”는 게 번의 지론이다. 지난해 말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과 금은 진짜 화폐”라고 밝혔다.

변화의 움직임은 월가 내부에서 감지된다. ‘헤지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퀀텀펀드가 지난해 4분기 1억 달러를 투자해 오버스탁의 3대 주주가 됐다. 최근엔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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