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넘겨지는 MB…변호인단 “朴처럼 보이콧 없을 것”

중앙일보

입력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66ㆍ구속)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구속수감 중인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9일 재판에 넘겨진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ㆍ횡령ㆍ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기소 이후 이 전 대통령의 신분은 ‘구속 피고인’으로 전환된다.

이 전 대통령 역시 직권남용ㆍ뇌물 혐의는 박 전 대통령과 동일하게 받고 있다. 이에 더해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에서의 350억원대 횡령(비자금 조성 등)▶30억원 대 조세포탈▶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국고손실)▶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 수사팀 관계자는 “제3자 뇌물수수 적용 여부나 삼성이 관여된 국정농단 사건과 비교하면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사건 자체가 훨씬 단순하다고 본다”며 “범죄사실이 직접 뇌물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45ㆍ연수원 27기) 3차장을 비롯해 박 전 대통령 수사팀과 이 전 대통령 수사팀은 상당 부분 겹친다. 검찰은 1차 기소 이후에도 다스 협력업체인 '금강’에서의 비자금 조성, 국정원 특활비 수수 등 또 다른 혐의를 밝히는 대로 이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공세에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법정에서 증거를 토대로 다퉈보자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안이 많을뿐더러 검찰이 진술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재판 자체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해 불출석을 선택할 경우, 변호인단 역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전례를 보더라도 피고인 본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재판 과정에서 상당히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대통령께서 검찰 조사에 불응한 이유는 검찰이 이미 결론을 내놓고 조사는 '요식 행위'로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라며 “재판에선 대통령이 앞서 밝히셨듯 피고인 모두진술을 비롯해 적극적으로 임하실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기소되면 서울중앙지법은 심리를 맡을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한다. 통상적으로 법원은 컴퓨터 전산 배당을 통해 무작위로 사건을 배당하지만 중대 사건의 경우에는 심리 효율성 등을 근거로 관련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 우선 배당할 수도 있다. 김백준(79ㆍ구속)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재판을 받는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에 배당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과 이영배 금강 대표의 횡령ㆍ배임 사건을 각각 맡은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형사합의34부(부장 이순형)에서 심리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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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재판 절차는 4월 말쯤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공판준비 기일이 2∼3차례 열리면 본격적인 심리는 5월쯤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는 구속기한(6개월)을 고려하면 오는 9월쯤 이뤄지게 된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구속기한이 연장되면 1심 선고 역시 늦춰질 수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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