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대 1학년 함민상(20)씨는 고교 때 학업을 중단할 뻔했다. 충남 천안에 사는 함씨는 중학교 때부터 축구를 좋아해 운동부가 있는 천안 목천고로 진학했다. 하지만 갑자기 운동에 흥미를 잃었다. 공부는 더욱 싫었다. 그러면서 학교에 안 가는 날이 많았다.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보다 못한 학교 측에서 함씨에게 대안 교육과정에 다닐 것을 제안했다. 그게 천안시 두정동에 있는 ‘청소년 희망 나비센터(나비센터)’이다.
법사랑위원 천안아산연합회 2015년 나비센터 설립 #기소유예, 보호관찰 대상 학생 모아 진학과 취업 도와 #나비센터 운영비는 법사랑위원 350명 회비로 충당
나비센터는 기소유예 처분 등으로 학교생활에 위기에 놓인 학생을 전담 교육한다. 함씨는 “나비센터는 학교와 달리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며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았는데 나비센터 선생님과 지역 사회 많은 분이 자식처럼 돌봐줘서 학업을 이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비센터는 법사랑천아산지역연합회(연합회)가 대전지검 천안지청 등의 도움으로 2015년 9월 문을 열었다. 법사랑연합회는 법무부 훈령에 의해 만들어진 민간 봉사단체다. 천안아산연합회 회원은 350여명이다. 지역의 자영업자,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이다.
나비센터에서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과 학교 폭력 등으로 기소유예와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퇴학 위기에 놓인 학생을 교육한다. 천안·아산지역 중·고교 학생이 대상이다. 노정연 천안지청장은 "검찰은 범죄를 저지른 중·고생을 무조건 처벌하지 않고 새롭게 출발할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춘식(64) 연합회장은 “연합회 설립 취지인 범죄예방을 위한 청소년 선도활동 차원에서 나비센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비센터란 이름은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나비처럼 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충남교육청이 지정한 위탁교육기관이다.
나비센터는 연간 운영비 약 1억5000만원 가운데 9000만원을 연합회 회비로 충당한다. 나비센터 운영에 참여하는 연합회 회원은 40명이다. 나머지 운영비 6000만원은 지자체와 충남교육청이 지원한다. 교육과정은 1년이며 학비는 무료다. 3학년 졸업생은 교육을 마치면 당초 소속 학교에서 졸업장을 준다. 교육은 교과 수업과 현장체험, 직업 교육(자동차 정비) 등이다. 교과 수업 담당 교사는 8명이다. 대부분 정년 퇴임한 교사들이 자원봉사 차원에서 참여했다. 이들은 시간당 수업료와 점심식사비 등을 받는다.
나비센터에서는 지금까지 학생 38명을 졸업시켰다. 2015년에는 졸업생 3명 중 2명이 백화점 등에 취업했다. 2016년에는 9명이 입학해 1년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하거나 상급학교로 진학했다. 지난해 입학생 8명 가운데 5명은 대학에 진학하고 3명은 취업했다. 올해는 20명이 입학했다.
지난해 입학했다가 대학에 진학한 박민영군은 “나비센터에서 많은 분이 믿음을 주셨기 때문에 그에 보답할 책임을 느꼈다”며 “그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음을 다잡고 성실하게 다녔다”고 말했다. 나비센터 이민택 교장은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다 보면 학생들의 마음이 열리고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2013년부터 2년 동안 회비 3600만원으로 천안 목천고에 그룹홈(기숙사)를 마련해 집에 가기를 주저하는 학생들에게 숙소로 제공했다. 법사랑위원들은 이곳에 쌀, 반찬, 과일 등을 사다 줬다. 또 함께 저녁을 먹고 영화관람도 했다. 그룹홈은 나비센터의 모태다.
나비센터에는 올해부터 도우미가 생겼다. 단국대 등 천안·아산지역 6개 대학 재학생 40명이 봉사단을 만들어 학생 돕기에 나섰다. 이들은 앞으로 ‘멘토와 멘티’로 매달 한차례 정도 만나 벽화그리기, 문화 공연 관람, 봉사활동 등을 한다. 단국대 경영학부 4학년 박길수 학생은 “학생들의 사회 적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대학생활에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단국대 경영학과 박승환 교수는 "나비센터 학생과 대학생들이 형제처럼 지낼 수 있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조언할 생각"이라고 했다.
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