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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의 車브랜드 스토리④지프] SUV 원조는 ‘나야 나~♬’

중앙일보

입력

강원도 횡성에서 열린 지프 캠프. [사진 FCA]

강원도 횡성에서 열린 지프 캠프. [사진 FCA]

오프로드(비포장도로)하면 무슨 차가 떠오르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찝차’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지프의 고성능 오프로드 버전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중앙포토]

지프의 고성능 오프로드 버전 ‘레니게이드 트레일호크’[중앙포토]

지금은 세단이 일반적인 자동차를 대표하는 차량이지만, 과거 전쟁이 벌어지던 시절에는 자동차하면 찝차였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한때 모든 4륜구동 차량은 찝차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찝차는 세계 2차대전 시절부터 1980년대까지 미군이 군용 이동수단으로 사용했던 '지프(Jeep)'를 칭하는 용어입니다.

1946년 지프 차량을 홍보하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 [사진 FCA]

1946년 지프 차량을 홍보하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 [사진 FCA]

이 차는 어떻게 세상에 태어났을까요.
1940년 미군은 군사작전을 위한 정찰용 차량을 공개 입찰합니다. 당시 육군이 내건 정찰용 차량의 조건은  ▶4륜구동 ▶4각형 차체 ▶접이식 앞유리 ▶적재 용량 600파운드(272kg) 이상이었다고 해요. 탄탄하게 포장된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보다는, 군대에서 사용하기 편한 차를 원했던 거죠.

군용 차량으로 최초 개발한 지프 

윌리스-오버랜드가 1941년 선보인 최초의 지프 모델, 윌리스MA. [사진 FCA]

윌리스-오버랜드가 1941년 선보인 최초의 지프 모델, 윌리스MA. [사진 FCA]

당시 윌리스-오버랜드(Willys-Overland), 밴텀(Bantom), 포드(Ford) 등 3개사가 경합한 끝에 윌리스-오버랜드가 미국 국방성과 정식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1941년 최초의 지프 모델(윌리스MA·Willys MA)이 탄생한 배경입니다.

윌리스MA는 이후 윌리스MB로 이름을 바꿔 양산을 시작합니다. 군대에서는 이 차량을 지프(Jeep)라고 불렀고요. 그런데 왜 이 차를 지프라고 불렀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지프 윌리스. [사진 FCA코리아]

지프 윌리스. [사진 FCA코리아]

다만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다음 2가지 설(說)이 돌아다닙니다. 첫째, 당시 군인들은 전쟁이 끝난 이후 지프 강력한 성능을 활용해 밭을 가는데 차량을 활용하는 등 다용도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때문에 다목적차(General Purpose)의 머리글자인 ‘GP’를 ‘지프’로 발음했다는 것이죠.

지프 브랜드 이미지. [사진 FCA코리아]

지프 브랜드 이미지. [사진 FCA코리아]

둘째, 인기 만화 뽀빠이에 등장하는 요술 강아지의 이름을 아시나요? 이 강아지 이름이 유진 더 지프(Eugene the Jeep)인데요, 여기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진실일까요.

지프

지프

4륜구동 차체와 민첩한 기동력을 자랑하던 지프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군인·젊은이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전쟁 이후 지프는 승용·레저용·농업용·축산업용 등 다양하게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윌리스-오버랜드도 이런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 군용보다 맵시 있게 외관을 다듬은 민수용 지프(CJ-2A)를 1945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CJ(Civilian Jeep) 시리즈의 시작이죠.

지프 로고 [중앙포토]

지프 로고 [중앙포토]

당시 지프 브랜드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나면,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1948년에는 로버자동차가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지프에서 영감을 얻어 '랜드로버'를 출시했습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지프보다 랜드로버가 훨씬 인기모델이지만, 당시에는 랜드로버가 지프의 롤모델이었던 셈입니다.

벤츠·로버에 영향…군인·젊은 층 인기

이뿐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비극적인 사고로 논란이 됐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 G-바겐도 지프와 관련이 있다고 하네요. 1979년 다임러-벤츠가 크로스컨트리 자동차(Cross-country vehicle)라는 의미의 독일어 글랜드바근(Geländewagen)을 뜻하는 G-바겐(현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을 선보인 것도 지프의 영향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1962년식 지프 랭글러

1962년식 지프 랭글러

지프의 ‘산모’ 윌리스-오버랜드는 1953년 카이저 코퍼레이션(Kaiser Corporation)에 인수됩니다. 카이저 코퍼레이션은 윌리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자사의 사명을 카이저 지프 코퍼레이션(Kaiser Corporation)으로 변경했습니다. 차명을 사명에 넣을 정도로 지프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프가 독립 브랜드로 자리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이 회사는 1970년 다시 아메리칸모터컴퍼니(AMC·American Motor Company)로 통합되었고, 1987년에는 지프 브랜드가 크라이슬러그룹에 합병됐습니다.

'정통 SUV' 지프가 선보인 최초 소형 SUV '레니게이드' [중앙포토]

'정통 SUV' 지프가 선보인 최초 소형 SUV '레니게이드' [중앙포토]

회사는 바뀌어도 브랜드는 살아남아

이렇게 자주 회사가 명운을 달리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지프 브랜드는 끝까지 살아남았습니다. 오히려 끊임없는 연구개발(R&D)을 거듭하며 기술·디자인이 업그레이드되었죠. 첫차가 등장한 지 76년이 지난 지금 지프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원조 격인 브랜드로 거듭난 배경입니다. 독보적인 사륜구동 기술 덕분에 역동성과 모험을 즐기는 소비자들은 지금도 지프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1962년 사륜구동 차량 최초로 파워 스티어링휠과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지프 왜고니어(Jeep Wagoneer)는 실용성에 중점을 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모델입니다. 럭셔리 사륜구동의 시초라는 평가도 받고 있죠. 현재 지프 엠블럼과 가장 유사한 디자인의 로고를 사용하기 시작한 차량이기도 합니다.

지프 올뉴 체로키. [중앙포토]

지프 올뉴 체로키. [중앙포토]

1984년 양산을 시작한 2세대 ‘지프 체로키’는 역동적인 성능·디자인을 극대화했습니다. 세계적으로 패밀리 SUV 붐을 유발한 장본인이기도 하죠. 2세대 체로키는 세계 최초의 현대적인 SUV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017 지프 그랜드 체로키 리미티드 3.6 [피아트 크라이슬러 코리아]

2017 지프 그랜드 체로키 리미티드 3.6 [피아트 크라이슬러 코리아]

지프 랭글러. [사진 FCA]

지프 랭글러. [사진 FCA]

지프의 독보적인 험로 주파 능력은 1987년 출시한 랭글러(Wrangler)가 계승했습니다. 랭글러는 오프로드용 자동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 중 하나죠. 이렇게 현대 SUV 시장을 개척한 것이 지프가 시대를 초월해 생존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배경입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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