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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GM 노조의 시대착오적 투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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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호 34면

적자가 쌓여 공장 한 곳이 문을 닫는 등 퇴출 위기에 몰린 한국GM에서 시대착오적인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한국GM 노조는 5일 자금난을 겪는 회사가 성과급 지급을 연기하자 부평 본사 카허 카젬 사장을 찾아가 “물러나라”며 사장실 집기를 부수고 무단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은 쇠파이프까지 휘둘렀다. 이후 전준명 부사장 집무실로 몰려가 “노조의 고통 분담”을 언급한 그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전 부사장을 30여 분 동안 억류하기도 했다.

지난해만 9000억원을 비롯해 4년간 무려 3조원의 적자를 낸 회사에 성과급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회사는 당장 문을 닫을 판인데 마치 빌려준 돈 내놓으라는 식으로 위력을 과시한 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런 한국GM 노조의 비이성적인 대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에서 생산하는 쉐보레가 2014년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내리막길을 걷는 와중에도 반복적인 파업으로 매년 임금 인상을 관철해왔다. 2014년 7900만원이던 1인당 평균 임금이 현재 8700만원으로 올라 매출액 대비 총 인건비 비중이 11.5%나 될 정도다. 또 최근 경영위기가 더욱 심각해진 이후에도 부도를 피하려면 연 3000억원에 달하는 복리후생비를 줄여야 한다는 사측의 절박한 요청에 기득권을 포기하기는커녕 1인당 3000만원씩의 주식과 10년간 정리해고 금지, 정년 65세 연장까지 요구했다. 예견된 위기에 제대로 대응을 못 한 회사의 부실 경영도 문제지만 이쯤 되면 독불장군식 노조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지금이라도 바꿔야 생존이 가능한데 노조는 거꾸로 완력을 동원하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으니 말이다.

폭력시위 혐의로 수배 중인 노조 간부가 공공연히 대외 활동을 해도 이 정부가 별다른 체포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걸 보고 한국GM 노조가 혹여 오판한 게 아닌가 싶다. 정부는 노조에 끌려다니는 모습 대신 자구 노력 없는 세금지원 불가 원칙을 지키는 한편 위법행위에 대해 엄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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