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경호 두고 여야 격돌…“인정머리 없다”vs“코드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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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8일 오전 서울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앞서 이희호 여사와 환담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8일 오전 서울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고(故) 김대중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앞서 이희호 여사와 환담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경호 연장 문제가 여야 간 정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자 처음 문제를 제기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코드 해석”이라고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인정머리 없다”고 맞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일 국회 법사위 간사인 김 의원이 “현행법에 따라 이 여사에 대한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는 2월 24일 종료됐어야 한다”며 관련 업무를 경찰에 넘길 것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경호처는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한 경호 기간을 ‘퇴임 후 10년, 추가 10년’, 즉 최장 20년으로 연장하는 대통령 경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해당 법안은 지난 2월 22일 국회 운영위를 통과해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은 4일 “경호처가 이 여사 경호와 관련해 4월 2일부로 경찰에 인수인계를 시작했다”고 밝혔고, 경호처는 “인수인계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으나 혼선이 확대됐다.

그러자 율사 출신 문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대통령 경호법 4조 1항 6호에 경호대상으로 ‘그 밖에 처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들어 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이 여사를 경호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해당 조항의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법제처에 정식으로 문의해 유권해석을 받을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웬일로 순순히 이희호 여사 경호를 경찰로 이관하나 했더니 문 대통령이 제동을 걸고 보류시켰다”며 “지금 정부는 법 해석도 다 대통령이 직접 하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받는다고 저러는데 안쓰러울 뿐이다. 만에 하나 법제처에서 대통령 의중에 맞춘 ‘코드 해석’을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나중에 망신당하지 말고 순순히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정말 이 분과는 부딪치지 않으려 했다”며 “현재 법안은 자유한국당 운영위원들도 동의해 상임위를 통과한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문 대통령이 법 해석했다고 트집 잡는데, 대통령은 베테랑 법률가다. 김 의원보다 훨씬 낫다”며 “이 여사 연세와 건강을 생각한다면 참 인정머리 없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의원 역시 “전직 대통령과 영부인에 대해서는 국가 예우 차원에서 생존해 계시는 동안 계속 경호를 해드리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며 “국회에 계류된 법을 통과시키면 해소될 문제다. 이 문제가 논쟁할 사안입니까?”라고 김 의원에 되물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법안 처리에 이제라도 협조해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의 경호 문제까지 정쟁에 끌어들이는 건 매우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여사의 경호에 누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여야교섭단체에서 합의 가결돼 법사위에 송부된 법안이기에 법사위에서도 개정안이 존중되기를 바란다”면서 “청와대가 법률 유권 해석을 지시했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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