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추적]화성 공장 정화조에서 발견된 백골시신은 누구?

중앙일보

입력

"아이고. 이게 뭐야?"
지난 3일 오후 1시쯤 경기도 화성시의 한 도장공장 주차장.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A(여)씨는 며칠째 주차장에 버려진 검은색 점퍼를 들춰봤다가 깜짝 놀랐다. 점퍼 안에 뼛조각 같은 것이 붙어있었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점퍼 안을 자세하게 살펴봤다. 등과 팔, 옆구리 등에 붙어있는 12조각의 흰색 물체. 사람 뼈였다.

3일 화성 도장공장 정화조에서 백골 시신 발견 #키 160㎝ 정도의 젊은 남성 외국인으로 추정 #경찰, 시신 신원 확인 및 타살 여부 등 조사

살인사건 이미지, [연합뉴스]

살인사건 이미지, [연합뉴스]

경찰은 탐문조사를 해 이 점퍼가 지난달 30일 위생업체에서 도장공장 주차장 지하에 있는 정화조를 비우는 과정에서 발견한 사실을 알아냈다.
이 위생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30일에 이 공장에서 '정화조가 막혔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정화조 뚜껑을 열었는데 점퍼가 떠 있길래 건져냈다. 점퍼 안에서 뼛조각을 보긴 했는데 동물 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위생업체와 함께 정화조를 조사한 결과 사람의 머리뼈 등 나머지 부위도 발견됐다. 숨진 지 몇 년이 지난 듯 피부 조직 등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반소매 남방과 신발 등 의류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시신은 키가 160㎝ 정도인 20~30대 젊은이로 추정된다. 미관과 엉덩뼈 등으로 봤을 때 남성으로 보인다.
오른쪽 위·아래 어금니와 왼쪽 아래 어금니에는 치과에서 치료받은 흔적이 있었다.
오른쪽 관자놀이 쪽에서 무엇인가로 맞은 듯한 흔적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오른쪽 관자놀이 부분에서 외력에 의한 충격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망 전에 그런 것인지 후에 그런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사망 원인과 사망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경찰에 밝혔다.
시신을 훼손한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폴리스 라인. 기사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폴리스 라인. 기사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경찰은 이 시신이 국내에 체류하던 동남아 태생의 남성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견된 검은색 점퍼가 동남아 쪽에서 생산된 것이고 신발 등이 모두 남성용이었다.
이 도장공장에선 실제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정화조에서 발견된 의류가 초겨울 점퍼와 반소매 남방인 만큼 이 남성이 초봄이나 늦가을 등 환절기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로 정화조에 빠져서 숨졌거나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뒤 정화조에 버려졌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자놀이의 충격 흔적이 사망 후 정화 과정에서 생긴 것인지 생전에 생긴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사고사일 가능성도 있지만, 정화조가 뚜껑으로 덮여있는 만큼 타살이나 시신 유기일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마크[중앙포토]

경찰마크[중앙포토]

경찰은 강력팀 형사 30여명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시신의 신원을 찾고 있다.
해당 정화조가 2010년에 설치된 만큼 그 이후에 경기 남부 지역에서 실종된 외국인 명단을 먼저 살펴보고 있다.
경찰이 2014년부터 실종된 외국인 명단을 확인한 결과 경기 남부에만 500여명 정도가 행방불명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국내에서 치과 치료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관련 기록도 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발견된 정화조는 산소와 미생물 등으로 7단계에 걸쳐 오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는 구조물인데 시신은 7단계에서 나왔다. 6~7단계가 연결된 만큼 이 부분에서 사고를 당했거나 유기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공장 주변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외국인 등 실종 외국인들을 먼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성=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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