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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두·자동차·항공기 등 500억 달러 규모 보복관세”…미·중 무역 난타전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상호확증파괴 단계에 들어섰다.

최종 조치와 발효 시점은 미국 상황에 따라 별도 고지 #“분쟁의 본질은 금융전쟁…트럼프·시진핑 파워게임”

대두, 자동차, 항공기 등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중국 수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 내용을 담은 중국 상무부의 4일 공고문. [중국 상무부 캡처]

대두, 자동차, 항공기 등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중국 수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 내용을 담은 중국 상무부의 4일 공고문. [중국 상무부 캡처]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4일 오후 미국산 대두·자동차·화공제품 등 14종류 106개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시행 일시는 미국 정부의 중국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시행 상황에 따라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에 따른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에 대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대응이다.

중국 상무부도 이날 오후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과 자동차, 화공제품, 항공기 등 수입품에 대해 25% 세율의 추가 관세를 징수하겠다”며 “2017년 미국으로부터 중국의 수입 금액은 약 500억 달러”라는 내용의 2018년 34호 공고를 발표했다. 상무부는 “미국 정부가 301조 조사에 따른 일방적인 결과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며 “미국이 국제 의무를 위반하고 중국에 긴급 상황을 조성한 데 대해 중국의 합법적인 권익을 지키기 위해 대외무역법 등 법률과 국제법 기본원칙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종 조치와 발효 시점은 별도로 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기자회견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국무원신문판공실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누군가 단호히 싸우겠다면 우리는 끝까지 간다. 담판을 원한다면 대문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승자 없는 무역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상대가 원한다면 끝까지 간다는 결기를 보인 것이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도 거론됐다. 주광야오(朱光耀) 재정부 부부장은 같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3조 달러의 보유 외환을 시장 규칙, 구체적인 시장 원칙과 다원화 원칙에 따라 시장에 맞춰 운용한다”면서 “중국은 국제자본시장의 책임 있는 투자자”라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 채권 매각도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회적인 암시로 해석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미·중 무역 마찰의 본질은 금융전쟁이라고 분석했다. 전 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가진 통화에서 “미국 USTR의 과세 품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주항공·반도체·의료제품·원자로 등 중국의 국산화 주력 제품으로 미국 수출품이 아니다”라며 “난타전을 벌이는 주역이 중국은 중산(鐘山) 상무부장, 미국은 므누신 재무부장으로 서로 다른 것을 보면 미국의 금융전쟁에 중국이 무역 전쟁으로 마무리하려는 속내가 읽힌다”고 설명했다.
전 소장은 또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방식과 수위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고도의 파워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세계 경제 규모 1, 2위 국가의 본격적인 무역 전쟁이맞는다면 세계 주가는 이미 폭락했어야 정상”이라며 “시장은 미·중 무역 전쟁을 마찰적 충돌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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