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표' 자임한 안철수의 전략...초반 김문수 따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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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야권의 대표 선수’를 자임하며 서울시장 선거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선언후 유승민, 박주선 공동대표와 함께 손을 잡고 있다 . 2018.04.04 김상선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선언후 유승민, 박주선 공동대표와 함께 손을 잡고 있다 . 2018.04.04 김상선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의회에서 진행된 출마선언식에서 “이번 6ㆍ13선거 역시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라며 “표는 한 곳으로 모아야 힘이 되고 의미가 있다. 야권의 대표선수로 나선 안철수로 힘을 모아주시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일차 목표는 초반 양강구도 형성이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설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크게 따돌리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경우 보수층의 표가 안 위원장에게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적폐연대’ 등의 프레임으로 몰릴 수 있는 인위적 야권연대 대신 보수유권자의 전략적 투표를 노리는 전략이다. 안 위원장은 “야권연대는 거듭 말하지만 없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선언후 당 관계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2018.04.04 김상선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선언후 당 관계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2018.04.04 김상선

안 위원장은 이날 출마선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조준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교육 정책, 재활용품 수거 대란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안 위원장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흔히 낭떠러지로 자신을 인도한다고 한다”며 “전임 대통령들이 그랬다. 우리 정치에 견제와 균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에 대해서는 “7년 전 가을, 저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하셨던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린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2011년 9월 6일, 안 위원장은 “박원순 변호사는 서울시장 직을 누구보다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당시 안 위원장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39.5%였고 박 시장의 지지율은 3%였다. 박 시장과의 50분 간의 독대 후 내린 결론이었다.

지금은 두 사람의 처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박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위원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 있다. 안 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결과에 자신의 정치생명과 당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이날 안 위원장은 “박 시장에 대한 평가가 7년 전과 달라졌냐”는 질문에 “그 때는 잘 하실 것이라고 믿었다”면서도 “서울이 7년 간 제대로 변화해야 하는 시기들을 많이 놓쳤다. 서울을 다시 제대로 발전하고 변화시키겠다는 각오로 나섰다”고 답했다. 다만 안 위원장은 “양보를 받아서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양보론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안 위원장이 생각하는 박 시장의 약점은 예산 문제다. 안 위원장은 지난 1월 박 시장의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놓고 “150억짜리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32조 규모의 서울시 예산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관리될 것”이라며 “몇몇 단체를 위한 예산이 아닌, 시민을 위한 예산으로 되돌릴 것이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 측은 박 시장의 서울시가 일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스마트 도시 ▶미래를 키우는 교육도시 ▶일자리 넘치는 창업도시 ▶디지털 행정혁신 ▶따뜻한 공동체 도시 등을 자신이 만들 서울시의 모습으로 제시했다.

다른 진영은 즉각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의 박영선·우상호 의원은 “서울시장을 대통령 선거용으로 쓰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안 후보는 신선한 것도 새로울 것도 없다”고 논평했다. 다만 박 시장은 “안 대표의 출마선언일인데 주인공을 잘 다뤄주시라”고만 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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