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생각은

대체에너지 투자 늘리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화석에너지의 공급 능력이 앞으로 30년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현재의 불안한 중동지역 정세와 산유국의 자원 무기화 정책은 에너지를 100%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에게 커다란 위협이다.

지난달 초 노무현 대통령이 나이지리아를 방문해 해상 유전 개발권을 확보했듯이 자원외교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는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각각 세계적 철광석 보유국인 인도와 브라질에 현지 공장을 준공해 산업 핵심 원자재의 국내 수입과 수출 사업의 교두보를 구축했다.

필자는 지난해 브라질을 두 차례 방문, 브라질 정부로부터 원당을 이용한 에탄올 생산 및 가솔린 겸용 엔진 개발 성공 과정과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에탄올 프로젝트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 에탄올은 가솔린에 비해 약 15%밖에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교토 협정 이후 바이오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배럴당 55달러의 고유가 시대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각국은 대체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에탄올 생산에 가장 유망한 곡물은 국제곡물 가격 기준을 고려할 때 옥수수와 원당이다. 특히 원당은 옥수수보다 10% 정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올해 연두 기자회견에서 옥수수를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개발의 경제성과 중요성을 역설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미국은 물론 중국.프랑스.캐나다.일본 등도 브라질 사탕수수 재배와 에탄올 생산 산업의 경제성을 파악하고 적극적인 검토를 시작했다.

곡물을 이용한 에탄올 생산은 식량의 무기화 정책과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 곡물시장이 연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또 다른 위협이다. 그러나 곡물의 경우 원유와 달리 매년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자원은 무한하다. 농업기술.과학의 발달로 생산비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에탄올 생산에 투자만 한다면 영구적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바람직한 정책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중앙정부가 에탄올 수출계획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브라질의 중.동부지역과 세계적으로 비옥한 평야로 인정받고 있는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삼강평원이 대단위 옥수수.콩 재배지역으로 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우수한 투자지역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브라질 정부는 이미 노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의 교환 방문과 관계 부처.공관을 통해 상당한 정보 교환과 이해의 폭을 넓혀 왔다. 브라질 정부 또한 우리 정부에 적극적인 투자와 수입을 권유하고 있다. 브라질의 전 국토는 8억5100만㏊다. 이 중 약 6100만㏊를 경작하고 있고 당장 활용 가능한 경작지는 9000만㏊다. 추가 개발이 가능한 지역은 6000만㏊여서 앞으로 정부 지원 아래 민간기업 투자가 가장 활성화될 수 있는 국가다. 더욱이 에탄올 생산 30년과 실용화 25년으로 축적한 기술, 그리고 500년간의 설탕 재배 농업기술 등을 고려할 때 브라질은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원부국이다.

연초부터 원화 강세,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다 올해와 내년에 걸친 양대 선거로 인한 집단 민원성 경제현안, 각종 공공요금.인건비 상승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자원외교를 강화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복지 한국을 건설하는 데 힘을 합해야 한다.

박상은 외교통상부 경제통상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