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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빵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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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빵집'- 이면우(1951~ )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 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정하는 아이가 함께 있는 걸 알았다

나는 자세를 반듯이 고쳐 앉았다

못 만나봤지만, 삐뚤빼뚤하지만

마음으로 꾹꾹 눌러 쓴 아이를 떠올리며


빵집을 그저 제과점으로 보는 사람에게는 저 아이의 호소가 새로운 판촉전략으로 보일 것이다. 빵집에서 '집'을 보는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다. 시인이다. 시인은 광고를 즉시 시로 번역한다. 소비자가 아니라 이웃과 혈연에게 말을 거는 저 아이 역시 시인이다. 아직 자본주의가 아니다. 귀갓길의 중년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시를 읽으며 울고 있다.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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