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저격수’ 김기식 금감원장 취임이 삼성생명 주가엔 호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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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뉴스1]

 ‘삼성 저격수’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이 호재일까. 그의 취임일인 2일 삼성생명 주가가 상승세로 출발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삼성생명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500원(3.02%) 오른 11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주가 상승은 김기식 금감원장 취임으로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나설 거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식 신임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시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원가(매입가격)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현행 보험업 감독규정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23%(약 26조1000억원)를 취득가격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은 보험업법의 계열사 지분 보유 제한(보험사 총자산의 3% 이내)에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감독규정이 삼성만을 위한 특혜라는 것이 김 원장의 과거 주장이었다. 주식가격 평가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바꾸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약 20조원 어치를 내다 팔아야만 한다.

이제 김기식 금감원장은 입법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금감원장으로서 금융위원회를 통해 감독규정을 바꿀 수 있게 됐다. 이전에 비해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의 가능성이 매우 커진 셈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김 원장은 삼성생명의 지배구조 개혁을 본격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며 “삼성생명으로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 즉 삼성전자 지분의 적극적인 해소 방안을 감독당국에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만약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본격적으로 내다판다면 상당한 규모의 매각 이익을 올리게 된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10분의 1만 매각한다고 해도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매각 차익을 거둘 수 있다.

한편 이날 10시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만5000원(1.02%) 하락한 243만600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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