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철(창군및 6·25 참전 호국동지회장 직무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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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6·25의 총성이 멈춘지 35년―. 긴세월이 지났지만 전쟁의 아픈 상흔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참혹한 전쟁으로 드리워진 그늘은 아직도 걷히지 않고 있다.
6·25에 참전, 인생의 황금기를 군문에서 보냈으나 연금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직업군인들의 찌든 삶도 6·25가 남긴 그늘이다.
「창군및 6·25참전호국동지회」는 48년의 창군과함께 국문에 입대, 각지의 공비토벌작전, 6·25등에 참전해 휴전때까지 싸우다 살아남았으나 연금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직업군인들의 모임이다.
전국 회원대상자 총9천5백여명중 현재 회원가입자는 3천여명. 젊은 시절을 군문에서 보냈던 이들이 예편되어 사회에 던져졌을 때는 나이가 40전후여서 갈곳이 없었다. 돈도 기술도 없었다. 때문에 이들의 생활은 비참했다. 당시 신문은 이들의 삶의 실상을 「지게꾼소령」「리어카대령」이란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군인연금법이 제정된 것은 휴전후 10년이 지난 63년. 그러나 정부는 당시 궁핍한 국가재정을 이유로 통산복무기간이 20년이상인 자에 한해서만 연금지급혜택을 줬다. 이에따라 복무기간이 20년 미만인 9천5백여명의 퇴역자는 연금지급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중 6·25발발에서 휴전까지 만3년을 전쟁터에서 보낸 용사도 2천5백92명이나 된다.
그후 25년―. 연금지급대상에서 제외된 퇴역자들은 정부에 수차례 불공평한 법률의 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요구의 당위성을 충분히 인식한다면서도 이를 외면해왔다. 구각 재정의 부족으로 시행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고 이 문제에 대한 위정자들의 인식부족이 이의 시행을 가로 막기도 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76년. 정부는 연금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직업군인출신을 보호하기 위해「안보자문비」란 명목으로 30억원의 예산을 편성, 기금을 마련토록 했다. 또 85년에는 50억원의 예산이 추가돼 총기금은 80억원으로 늘었다.
재향군인회는 이 기금을 관리, 그 이자로 연급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직업군인들에게 생활비보조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기금 수혜대상자는 전체해당자(9천5백92명)의 10%인 1천여명선에 불과 하다.
군인연금법이 제정됐던 63년 당시의 국가예산은 88년예산(18조4천6백44억원)의 2백분의 1인 7백28억원에 불과했다.
때문에 연금지급해당자를 복무기간 10년, 15년등으로 확대할 경우 정부예산이 이를 도무지 감당할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정부의 불공평한 대우를 묵묵히 감수해왔다.
그 흔한 데모 한번 하지않고 정부의 선처를 기다려왔다.「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체험했던 세대가 실력행사로 국가를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제 국가의 제정은 63년에 비해 2백배나 늘었고, 우리의 국력도 세계인의 제전인 올림픽을 치를만큼 신장됐다.
이에따라 정부는 전후세대들의 복지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군인연금기금만 해도 그렇다. 물론 이 연금기금은 퇴역군인들이 복무기간중 납입한 기금이 골간을 이루고 있지만 정부는 연간 1천억원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연금지급제외자에 대한 보전기금은 80억원에 불과하다.
휴전후 안정된 상황에서 군생활을 하다 퇴역한 사람들에게는 연간1천억원씩 보조금을 투입, 지원하면서 6·25의 전장에서 생사의 고빗길을 수없이 넘겼던 노병들에 대한 지원기금은 80억원에 그치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가.
또 똑같이 6·25의 전쟁터를 누빈 동지간인데도 한사람은 복무기간이 20년이상이어서 연금혜택을 받는데 또 한사람은 19년이라는 이유로 연금도 못받고 용돈조차 없어 궁핍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것인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6·25참전 직업군인들의 복무기간이 20년미만인 자일지라도 연금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연금법에 특별조항을 신설, 20년미만인 자들은 평가기준을 별도로 정해 계급·근무기간·공훈등에 따라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또 연금혜택을 받지 모사는 직업군인들을 지원키위한 특별법제정도 이를 해결하는 방법일수 있다.
이상의 두가지 방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경우 복무기간 20년 미만의 6·25참전 직업군인 전원에게 작은 혜택이나마 골고루 돌아갈수 있도록 기금을 대폭 확충시키는 방안을 강구해 줄것을 건의한다.
금년은 6·25발발 38주가 되는 해다. 참전용사들중 현재 생존하고 있는 사라므은 대부분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그들은 해마다 6·25가 다가오면 자신들이 겪은 전쟁터에서의 무용담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 쪼들린 생활때문에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보다 적극적이고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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