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병 두통·호흡장애가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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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하인구의 증가추세로 지하공간생활에 따른 건강문제가 점차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하의 환경오염에 대한 연구가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아직까지 포괄적인「지하환경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아 지하철역과 지하상가를 이용하는 일반시민및 상인들이 두통·기침·가래등 이른바「지하병」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하공간등 실내의 환경오염방지에 관심이 높은 정용 (연세대의대) 김윤신 (한양대의대) 교수등이 주축이 돼「실내환경연구회」를 국내 처음으로 오는7월초 발족시킬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지하병의 실태와 대책등을 알아본다.
국내의 지하공간은 87년말 현재 지하철역(서울·부산) 1백9개를 비롯,▲지하상가56개▲지하도로 64개▲터널 13개▲지하주차장 2만8천7백29개등 약3만곳에 달한다.
이중 서울의 지하철역 이용자만해도 하루 약2백50만명에 이르는등 지하인구가 날로 늘고 있으며 이에따라 지하공간의 환경오염이 가속화, 국민건강상 위해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하공간의 오염도가 특히 심각한 것은 아황산가스·이산화질소·포름알데히드·라돈등.
의학계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하철역의 경우 아황산가스 오염도가 환경기준치 (0.05PPM) 의 약3배나 되는 곳이 적지 않으며 이산화질소의 오염도 또한 약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김교수가 지난해 1∼9월 서울시내 지하상가·지하주차장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하공간의 라돈 (방사성 원소의 일종)가스의 농도가 일반 1층건물보다 약3배 더 높았으며 지하포목상에서는 포름알데히드의 농도가 1백90PPB로 실외농도의 무려 약9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하공간의 환경오염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지하상가 상인의 70%가 눈과 코가 따갑고 기침·가래·두통등 호흡기증세를 호소하고 있다는 것.
김교수는 또 암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석면이 지하철역 천장등의 건축자재로 이용되고 있는등 보건환경을 도외시한 건축이 서슴없이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지하시설의 환경기준 마련과 규제조치가 절실한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보건사회부가 공중위생법으로 지하상가내 음식점에 대한 위생관리기준을, 건설부가 건축법시행령으로 환기설비기준을 따로따로 피상적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체계적이고도 실질적인 환경대책이 수립되지 못하고 있으며 환경청조차 이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않고 있다.
김교수는 실내공간의 환경오염을 방지하기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건축가·빌딩 소유주·건축자재 생산업자등이 환기·악취제거·건축자재선별이용등 환경보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함과 동시에 협력체제를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7월 출범할「실내환경연구회」는 이같은 협력체제의 구축을 위해 학계는 물론, 산업계·정부및 연구기관의 뜻있는 인사들을 포용할 계획이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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