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27일 번호판을 달지 않은 검은 차를 타고 중국 베이징(北京)에 나타났다. 일반 승용차보다 1m 20cm나 긴 차량의 뒷좌석엔 김 위원장과 그의 부인 이설주가 타고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김정은은 차에서 내려 중국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 뒤, 열차에 탑승했다. 그 사이 그가 타고 온 차량은 열차의 화물칸에 실렸다. 평양에서 싣고 온 김정은의 ‘애마’ 벤츠 S-600 리무진 가드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닷새 전인 지난 22일. 베트남을 국빈방문하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과학기술 기반 산업화 모델인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를 베트남에 적용한 V-KIST 착공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번호판이 달린 검은 차를 타고 나타났다. 일반 차량보다 훨씬 긴 차량의 뒤편에는 ‘S-600’이라는 로고가 선명했다. 김정은이 베이징에 갖고 갔던 벤츠 S-600 리무진 가드와 같은 모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는 한국에서 공수해간 벤츠 S-500 차량을 사용했다. 이번 순방에서 베트남 정부가 제공한 차량이나, 김정은이 중국으로 싣고 간 차량보다 한 단계 낮은 사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지의 보안 상황과 한국에서의 거리 등을 고려해 청와대가 보유하고 있는 경호 차량을 직접 공수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베트남으로 공수해간 차는 지난해 5월 문 대통령 부부가 홍은동 자택에서 청와대로 갈 때 탔던 차량과 같다. 이 차량은 자동 소총 공격과 차 바닥에서 터지는 15㎏급 TNT 폭탄 공격 을 버텨내는 ‘대통령급(VIP) 방탄 경호차’로 만들어졌다. 530마력의 엔진을 탑재했고, 방탄 기능 때문에 무거워진 문을 쉽게 열기 위한 전기 모터가 달려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광화문에서 카퍼레이드를 할 때는 현대 에쿠스 리무진 차량을 이용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