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최고 중의 최고기술자' 한국 온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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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의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IBM의 전 세계 사업장에는 16만 명의 기술자가 있다. 전체 임직원(33만 명)의 절반 가량이 기술자인 셈이다. 이 가운데서도 IBM 사내 조직인'테크놀로지 아카데미'의 회원 300명은 최고 중에 최고만 골라낸 집단이다. 이는 사내 여러 부문에, 또 여러 나라에 흩어져 제각각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비상설 조직이다.

정기적으로 모여 회사의 기술 비전을 도출하고 이를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에게 제공해 경영전략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울 유비쿼터스컴퓨팅연구소에서 일하는 남정태 소장이 유일한 한국인 회원이다.

IBM 테크놀로지 아카데미를 총괄하는 빌 테츠라프 박사(사진)가 한국 지사 엔지니어들을 만나고 세계 최첨단 IT 기술을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그는 요즘 자연재해 등으로 이동통신 기지국 등 기반 시설이 붕괴된 상황에서 교신을 가능케 하는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데츠라프 박사는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 남동부의 이동통신 기지국이 파괴되자 휴대전화가 무용지물이 됐다"며 휴대전화 단말기 하나하나가 기지국 역할을 하는 '임시 네트워크'개념을 들려줬다. "한 휴대전화기가 보낸 메시지를 다른 전화기가 받아 또 다른 전화기로 보내는 식으로 통신망을 구축하면 기지국 없어도 됩니다."

데츠라프 박사는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한 편"이라고 털어놨다. 2000년부터 닷컴 거품이 꺼지고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벤처기업이 쓰러지는 걸 지켜본 청소년들 간에 '이공계 대학을 가서는 좋은 직장 구하기 글렀다'는 비관론이 급속히 번졌다는 것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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