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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타 논란 그 후 1년'... 다시 그 무대 밟는 톰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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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 톰슨 [AFP=연합뉴스]

렉시 톰슨 [AFP=연합뉴스]

"악몽같았다. 소리를 지르면서 울었다."

미국 여자 골프 간판 렉시 톰슨(23)은 지난해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을 잊지 못한다. 우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순식간에 상황이 뒤바뀌어 유소연(28·메디힐)에 밀려 준우승했던 톰슨은 정확히 1년 만에 ANA 인스퍼레이션 무대에 새로운 각오로 다시 선다. 골프매체 벙커드는 지난 24일 "톰슨만큼 ANA 대회에서 더 인기있는 선수를 찾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소개했다.

톰슨은 28일 대회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이맘때를 떠올렸다. 당시 상황은 대회 4라운드 12번 홀에서 벌어졌다. 홀아웃하려는 순간 경기위원이 갑자기 전날 경기 상황을 설명하면서 벌타를 부과한 것이다. 전날 3라운드 17번 홀에서 공의 원래 위치보다 약 2.5㎝ 정도 더 홀 가까이에 놓고 퍼트를 했다는 시청자 제보가 뒤늦게 적용됐다. 2위 그룹에 2타 차 앞선 선두에 올랐던 톰슨은 오소 플레이와 스코어 카드 오기로 각각 2벌타씩 4벌타를 받았고 순위표는 순식간에 요동쳤다.

당시 톰슨의 상황은 지난해 여자골프를 뜨겁게 달군 사건으로 기록됐다. 골프전문매체 골프위크는 지난해 12월 '올해의 가장 큰 논란' 1위로 꼽았고, 골프채널도 해당 사건을 들면서 톰슨을 2017년 골프계 뉴스메이커 2위로 선정했다. 석연찮은 판정 논란으로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지난해 12월 시청자 제보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선수의 규정 위반을 인정하지 않기로 한 일명 '렉시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4월 LPGA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연장 끝에 유소연에게 패한 렉시 톰슨. 당시 눈물을 흘린 톰슨 때문에 동정론이 일어 시청자 제보가 금지되고 스코어카드 오기에 대한 벌타가 없어졌다. [사진제공=LPGA]

지난 4월 LPGA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연장 끝에 유소연에게 패한 렉시 톰슨. 당시 눈물을 흘린 톰슨 때문에 동정론이 일어 시청자 제보가 금지되고 스코어카드 오기에 대한 벌타가 없어졌다. [사진제공=LPGA]

그리고 1년이 흘렀다. 톰슨은 "그때 난 지금껏 해왔던 것 중에 최고의 골프를 쳤다. 그러나 원하는대로 끝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그땐 농담인 줄 알았다. 사건 이후 남은 홀에서 티샷할 때마다 눈에 눈물이 고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날 밤은 매우 힘들었다. 소리치면서 울기도 했다. 그후엔 소셜미디어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어떤 것에도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팬들이 티샷을 할 때마다 내 이름을 불렀다. 팬들의 응원을 들으면 오히려 그때의 일이 긍정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해 ANA 인스퍼레이션 이후 톰슨은 2차례 우승하고, 시즌 최저타수상을 받는 등 반등하기도 했다.

물론 톰슨은 지난해 ANA 인스퍼레이션 후에도 몇차례 규칙 위반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9월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에선 3라운드 16번 홀에서 공을 물에 빠트렸다 드롭한 위치가 잘못됐단 지적이 나왔다. 또 지난달 혼다 타일랜드 클래식에선 2라운드 15번 홀에서 보드판을 옮겼다 2벌타를 받기도 했다. 일부에선 여전히 "톰슨이 피해자 행세를 한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혼다 타일랜드 클래식 준우승 등 올 시즌 네 차례 대회 중 두 차례 톱10에 올랐던 톰슨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도전할 태세다.

지난 2014년에 이 대회 우승을 했던 톰슨은 "지난해 일을 통해 어떤 일이든 극복할 수 있단 걸 알았다. 이 곳(대회가 열리는 란초 미라지 미션힐스 골프클럽)을 여전히 좋아한다. 마음이 편한 상태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쁘다"면서 "지난해 일은 과거로 보냈다. 난 새로운 대회를 맞이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1·2라운드에서 미셸 위(미국) 등과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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