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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미세먼지 더 심했는데··· 요즘 이렇게 난리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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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미세먼지의 진실…베이징이 서울보다 깨끗해?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있던 지난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있던 지난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제는 어느 정도 걷혔다. 답답한 하늘만큼이나 시민들의 마음도 답답했다. 오염의 원인이나 대책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아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 사례도 있었다. 미세먼지 오염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문답식으로 짚어봤다.

1985년 TV에 방영된 공익광고. 올림픽을 앞두고 심각한 자동차 매연을 줄이자는 내용이다. [중앙포토]

1985년 TV에 방영된 공익광고. 올림픽을 앞두고 심각한 자동차 매연을 줄이자는 내용이다. [중앙포토]

미세먼지 오염 옛날이 더 심했다. 너무 호들갑 떠는 것 아닌가.

과거에 오염이 심했던 것은 맞다. 30년 전인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의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고심했다. 당시 서울의 대기오염은 전 세계 도시 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 덕분에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오염도 수치가 낮아졌다고 안심할 수 없다. 환경보건 분야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속속 밝혀지고 있고, 그래서 기준치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 27일 환경부가 초미세먼지(PM2.5) 24시간 기준치를 ㎥당 50㎍(마이크로그램)에서 35㎍으로 강화했다. 종전에는 40㎍/㎥이면 '보통'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나쁨' 수준이다. 같은 농도라도 과거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이제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가장 강한 환경기준인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도 느슨하다고 지적할 정도다. 결코 호들갑 떠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캠패인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캠패인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25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오염이 최악이었나.

물론 과거에 더 심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3년 12월 24일의 경우 오후 1시에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333㎍/㎥나 됐다. 당시에는 초미세먼지를 측정하지 않았는데, 초미세먼지가 미세먼지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당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67㎍/㎥이나 되는 셈이다. 반면 지난 25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00㎍/㎥ 안팎이었다. 하지만 환경부와 지자체가 초미세먼지를 공식적으로, 체계적으로 측정한 것은 2015년부터고, 그때부터 따진다면 지난 25일 서울과 경기도의 일평균농도는 가장 높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위성 테라(TERRA) 등이 촬영한 지난 24일 오후 1시 38분(왼쪽)과 지난 25일 오전 11시 5분 위성사진. 위성사진에는 한반도 서쪽에 흰색이 짙게 나타나 있다. 흰색 덩어리는 미세먼지가 아닌 바다 안개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연합뉴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위성 테라(TERRA) 등이 촬영한 지난 24일 오후 1시 38분(왼쪽)과 지난 25일 오전 11시 5분 위성사진. 위성사진에는 한반도 서쪽에 흰색이 짙게 나타나 있다. 흰색 덩어리는 미세먼지가 아닌 바다 안개라고 설명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 오염은 중국 탓인가, 한국 탓인가.

사실 그때그때 기상 조건에 따라 다르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이번 초미세먼지 오염은 중국발 오염물질이 유입되면서 시작됐지만, 대기가 계속 정체되면서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 영향이 커졌다. 중국에서 오염물질이 대거 몰려올 때는 중국의 영향이 80%에 이를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중국의 영향이 연평균 50% 정도 된다. 백령도처럼 국내 오염 배출이 없는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 영향이 연평균 60~80% 된다. 이번 오염 때 서해를 뒤덮은 흰색 덩어리는 오염물질이나 미세먼지라기보다는 바다 안개라고 봐야 한다. 물론 안개 속에도 미세먼지가 일부 포함돼 있기는 하다.

지난 25일 베이징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에서 찍은 베이징 궈마오 일대의 스카이 라인. 26일 0시 스모그 오렌지 경보 발령으로 약간 뿌연 상태지만 푸른 하늘이 보인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지난 25일 베이징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에서 찍은 베이징 궈마오 일대의 스카이 라인. 26일 0시 스모그 오렌지 경보 발령으로 약간 뿌연 상태지만 푸른 하늘이 보인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베이징 공기가 깨끗해졌다는데, 서울보다 깨끗한가.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연평균치는 2015년 80㎍/㎥, 2016년 73㎍/㎥, 지난해 54㎍/㎥ 수준이다. 서울은 2015년 23㎍/㎥, 2016년 26㎍/㎥, 지난해 24㎍/㎥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베이징 공기가 과거보다 많이 깨끗해진 것은 사실이다. 기상 조건에 따라 일시적으로 베이징 공기가 서울보다 더 깨끗할 때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서울과 비교하면 아직은 멀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감축 응급대책 지시에 따라 지난해 6월 충남 보령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 가동한 지 30년 이상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곳이 가동 중단 됐다. 사진은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에 위치한 보령석탄화력발전소의 모습.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감축 응급대책 지시에 따라 지난해 6월 충남 보령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 가동한 지 30년 이상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곳이 가동 중단 됐다. 사진은 충남 보령시 오천면 오포리에 위치한 보령석탄화력발전소의 모습. [중앙포토]

수도권의 미세먼지 저감 긴급 조치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이 효과가 있나.

효과가 거의 없다. 미세먼지 배출량을 1~2% 줄이는 데 그친다. 공공기관이나 행정기관 소속 직원들이 이용하는 승용차 절반만 운행을 중단하기 때문에 교통량이 별로 줄어들지 않고,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크지 않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몇 곳의 가동을 중단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느 한 부분에서 미세먼지 배출량을 크게 줄이기는 어렵다. 시민 생활의 불편이나 전력 생산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각 부문에서 모두 조금씩 줄여야 한다. '십시일반'이란 말은 미세먼지 줄이기에도 해당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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