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 바쳐 일해야 당당한 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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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구(맨 왼쪽 서 있는 사람) 기자가 31일 명덕외고에서 '벤처기업인의 학창 시절'을 주제로 나눔봉사 강연을 했다. 3학년 7반 강병준군이 강의 도중 벌떡 일어나 "앞으로 혼을 다해 책을 읽고 공부하며, 당당한 프로정신을 갖겠다"고 말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최승식 기자

"하루 종일 책을 읽어도 저녁이 되면 공부한 양이 얼마 되지 않음을 보고서 절망하곤 합니다."

안철수연구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안철수(44)씨가 올해 초 기자에게 보낸 e-메일 내용을 소개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메일의 내용이 한 구절 더 인용됐다.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오히려 초조합니다." 그러자 학생들은 "얼마나 책을 읽기에 절망하고 초조해하는가"라며 웅성거렸다.

31일 오후 서울 내발산동 명덕외국어고등학교(www.mdfh.or.kr). 어학실습실에 모인 3학년 두 개 반 학생 70명은 중앙일보 경제부문 정선구 기자의 나눔봉사 강의에 귀를 쫑긋 세웠다. 주제는 '벤처기업인의 학창 시절'. 강의의 핵심은 끊임없는 독서.혼(魂).당당함.프로정신 네 가지였다.

정 기자는 굴지의 소프트웨어기업 티맥스소프트를 창업한 박대연(50)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소년가장이었던 박 교수는 7남매의 장남으로, 가정부.구두닦이로 일하는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며 자신은 열두 살이 돼서야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성공했다. 정 기자가 "흔히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치다. 혼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노력"이라는 박 교수의 말을 전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윤송이(31) SK텔레콤 상무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어릴 때 거리에서 넘어져 피투성이가 된 다리를 아픈 줄도 모르고 귀가해서는 현미경으로 자신의 피를 신기한 듯 관찰했다는 윤 상무다. KAIST 신입생 시절 윤 상무는 교수와 끈질긴 줄다리기 끝에 1학년이 실험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관례를 깨버렸다. 학생들은 전례가 없다고 포기하지 않은 윤 상무의 당당함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조현정(49) 벤처기업협회장은 '꼬마 기술자'란 별명답게 학창 시절 뭐든지 척척 고치면서 자신의 재주를 뽐냈다고 한다. 정 기자는 "지나치게 겸손하면 자기 실력의 60%밖에 발휘하지 못한다. 자신 있는 분야가 있으면 널리 알려야 더 발전하고, 그것이 프로정신"이라는 조 회장의 철학을 소개했다. 김영민(국어) 교사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기업인들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기자가 생생하게 전해줘 교육 효과가 크다"며 만족해했다.

김상우 기자<swkim@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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