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외국인투수의 존재감은 두 말 할 필요 없이 크다. 팀의 1~3선발로서 마운드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외국인 선수 덕에 웃는 팀이 있는 반면 해마다 울상인 팀도 있다. 전자는 NC, 후자는 삼성이다.
NC 왕웨이중, 베렛 호투 펼치며 나란히 승리 #2년 연속 외인 부진한 삼성은 올해도 물음표
NC는 지난 시즌 뒤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 제프 맨십과 결별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각각 12승7패·평균자책점 3.42, 12승4패·평균자책점 3.67로 나쁘지 않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새 판을 짠 NC는 최초의 대만 출신 좌완 왕웨이중(26·대만), 메이저리그 출신 우완 로건 베렛(28·미국)을 영입했다. 첫 단추는 잘 뀄다. 왕웨이중은 24일 LG와 개막전에서 7이닝 6피안타·1볼넷·6탈삼진·1실점하고 4-2 승리를 이끌었다. 베렛도 5와3분2이닝 2피안타·4사사구·6탈삼진·무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둘은 몸값도 낮은 편이다. 왕웨이중은 계약금과 연봉을 더해 70만 달러(약 7억5000만원)를 받는다. 인센티브를 제외한 보장금액은 20명의 외국인 투수 중 15번째다. 베렛은 30만 달러(3억2000만원)로 가장 낮다. 베렛은 메디컬 테스트 결과 부상 위험이 발견돼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70만 달러)를 높게 책정했다.
NC는 2013년 1군에 합류한 이후 외국인 선수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 5시즌이나 뛴 해커를 비롯해 찰리, 웨버, 스튜어트 등이 제 몫을 했다. NC가 외국인 선수 성공 신화를 이어가는 건 '데이터팀' 덕분이다. NC는 비야구인 출신이지만 세이버매트릭스(야구를 수학·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 전문가들로 구성된 데이터팀을 꾸리고 있다. 데이터팀은 꾸준히 해외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동영상과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영입 목록을 작성한다.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외국인 코디네이터(패트릭 버고)도 따로 두고 있다.
삼성은 올시즌 개막전에서 유일하게 국내 투수인 윤성환을 선발로 내세웠다. 윤성환은 두산과 개막전에서 6과3분의2이닝 3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돼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두 외국인 투수가 모두 기대 이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25일 두산전 선발로 나선 팀 아델만(31·미국)은 6과3분의2이닝 7피안타·5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3선발 후보 리살베르토 보니야(28·도미니카공화국)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27일 광주 KIA전에서 데뷔전을 치렀으나 3과3분의1이닝 동안 홈런 3개 포함 안타 7개, 볼넷 4개를 주고 9실점했다.
삼성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5명의 투수가 11승(26패)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다승왕 헥터 노에시(20승) 혼자 올린 승수의 절반 정도였다. 2년간 외국인 투수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WAR·스탯티즈 기준)가 가장 낮은 두 선수도 삼성 출신 요한 플란데(-0.87)와 앤서니 레나도(-0.78)였다. 나머지 세 명의 투수를 합쳐도 -0.81승에 불과했다.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는게 오히려 더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2011~15년)에 진출했던 삼성은 2년 연속 9위에 머물렀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