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사퇴를 거부하던 나가타 의원 본인도 이날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국회에서의 엉터리 의혹 폭로 하나가 민주당 수뇌부의 총사퇴를 몰고 온 것이다. 마에하라 대표는 지난해 9월 말 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뒤 새 대표로 취임했으며 애초 임기는 올 9월까지였다.
마에하라 대표는 이날 임시 간부회의에서 "당의 혼란을 초래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당의 쇄신이 필요한 만큼 (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폭로 내용이 허위로 드러난 뒤에도 국회대책위원장만 교체하는 등 미온적 대처로 일관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민주당 내에서는 마에하라 대표가 지난해 9월 대표 취임 이후 "개헌을 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의 군사력은 일본에 위협이 되고 있다" 등 자민당보다 더욱 보수.우익적인 발언을 일삼아 온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민주당은 다음주 중으로 후임 대표를 선출키로 했다. 후임으로는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부대표, 간 나오토(菅直人) 전 대표, 와타나베 국회대책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 언론들은 "젊은 40대 대표로 자민당에 맞서 보려던 민주당의 의도는 무산돼 버렸다"며 "이는 '역시 정치는 베테랑이 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켜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이루려는 아베 신조(安倍晉三.51) 관방장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 허위 메일 사건이란=2월 16일 일본 중의원에서 민주당의 나가타 히사야스(永田壽康) 의원이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라이브도어 전 사장이 지난해 9월 총선 당시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의 아들에게 3000만 엔을 송금했다"고 주장했다가 허위로 밝혀진 사건이다. 당시 나가타는 그 증거라며 호리에가 직원에게 송금을 지시하는 내용을 담은 e-메일 사본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한 프리랜서 기자가 조작한 가짜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폭로 직후 자체 조사 결과 제보 내용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마에하라 대표는 고이즈미 총리와의 당수토론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며 "계좌번호까지 다 알고 있다"고 큰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