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의원 허위 폭로에 책임" 일 민주당 대표 전격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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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43.사진) 대표가 31일 전격 사임했다. 같은 당의 나가타 히사야스(永田壽康) 중의원 의원이 2월 국회에서 제기한 자민당 간사장 아들의 자금수수 의혹이 전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 데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한국의 사무총장에 해당)과 와타나베 고조(渡邊恒三) 국회대책위원장(원내대표에 해당)을 비롯한 집행부 전원도 이날 사의를 표했다.

의원직 사퇴를 거부하던 나가타 의원 본인도 이날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국회에서의 엉터리 의혹 폭로 하나가 민주당 수뇌부의 총사퇴를 몰고 온 것이다. 마에하라 대표는 지난해 9월 말 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뒤 새 대표로 취임했으며 애초 임기는 올 9월까지였다.

마에하라 대표는 이날 임시 간부회의에서 "당의 혼란을 초래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당의 쇄신이 필요한 만큼 (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폭로 내용이 허위로 드러난 뒤에도 국회대책위원장만 교체하는 등 미온적 대처로 일관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민주당 내에서는 마에하라 대표가 지난해 9월 대표 취임 이후 "개헌을 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의 군사력은 일본에 위협이 되고 있다" 등 자민당보다 더욱 보수.우익적인 발언을 일삼아 온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민주당은 다음주 중으로 후임 대표를 선출키로 했다. 후임으로는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부대표, 간 나오토(菅直人) 전 대표, 와타나베 국회대책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 언론들은 "젊은 40대 대표로 자민당에 맞서 보려던 민주당의 의도는 무산돼 버렸다"며 "이는 '역시 정치는 베테랑이 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켜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이루려는 아베 신조(安倍晉三.51) 관방장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 허위 메일 사건이란=2월 16일 일본 중의원에서 민주당의 나가타 히사야스(永田壽康) 의원이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라이브도어 전 사장이 지난해 9월 총선 당시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의 아들에게 3000만 엔을 송금했다"고 주장했다가 허위로 밝혀진 사건이다. 당시 나가타는 그 증거라며 호리에가 직원에게 송금을 지시하는 내용을 담은 e-메일 사본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한 프리랜서 기자가 조작한 가짜로 드러났다. 민주당은 폭로 직후 자체 조사 결과 제보 내용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마에하라 대표는 고이즈미 총리와의 당수토론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며 "계좌번호까지 다 알고 있다"고 큰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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