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영어뮤지컬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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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언어화된 영어를 사용, 우리민족의 정서를 표현함으로써 외국인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해보려는 시도가 있어 눈길을 모은다.
민중극단은 23∼29일 문예회관 대극장(오후4시, 7시30분)에서 영어뮤지컬『춘향전』을 공연, 대사전달의 장애를 뛰어넘어 우리연극의 세계적인 이해를 돕기로 했다.
예수회 신부로 60∼70년까지 서강대영문과교수로 재직,「존·밀턴」을 가르쳤던 「윌리엄·클리어리」박사가 대본을 쓰고 작곡을 한 이 작품은 64년 서강대학생들에 의해 초연된 이후 서강대·성균관대등에서 캠퍼스 공연물로 이어져왔던 것.
민중극단 전대표로 현재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는 이효영씨가 외국인이나 우리말을 잘 모르는 교포2, 3세들이 즐겨볼수 있는 「우리연극」을 제작할 것을 극단측에 제의,「클리어리」박사의 제자인 정진수씨(민중극단대표·성균관대교수)가 이 작품의 일반무대화를 꾀하게 됐다.
양반자제로 암행어사까지된 이몽룡과 퇴기의 딸인 성춘향이 신분의 차이를 사랑으로 극복하는 것이 춘향전의 기둥줄거리.
『스프링 송 포 단오』『서방님』『농부가』『아이 리멤버 웰』등 15곡이 들어있는 전형적인 브로드웨이풍 뮤지컬로 짜여있다.
이를 마당극놀이형식으로 풀어나간 것이 정진수씨의 연출기법.
놀이패가 극장무대에 도착하여 춘향전이야기를 들려주고 퇴장하는 극중극의 구성으로 객석과의 교감을 높이고 있다. 방자(이인철분)가 나레이터역으로 등장, 장면에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며 장면이 바뀔때마다 해설을 맡는것도 흥미롭다.
최은미 (춘향역) 박봉서(몽룡역)등 26명의 출연진이 지난해말부터 맹연습에 돌입, 뜬쇠패 전수덕씨로부터 사물놀이·설장고를 익히는 한편 성균관대 유만근·「존·홀스타인」교수에게서 발음지도를 받아왔다.
정진수씨는 『우리민족의 정서를 외국인들에게 곧바로 이해시키고자 한것이 영어뮤지컬의 의도』라고 밝히고 『올림픽기간중 현대토아트극장에서 공연을 통해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내년도에는 미주순회공연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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