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사관 "어느 美 영사관 폐쇄할까" 트위터에 보복 조치 설문

중앙일보

입력

“미국 행정부가 시애틀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 폐쇄를 명령했다. 당신에게 결정권이 달려 있다면 러시아에 있는 어느 미국 총영사관을 닫겠느냐.”

45%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영사관 선택 #가디언 "팔로워 6만여명, 메시지 확산에 효과적"

미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이 26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이다. 선택지로는 모스크바에 이은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영사관을 포함해 예카테린부르크 영사관,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 등 세 곳이 올랐다.

미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이 26일(현지시간) 올린 트위터. [트위터 캡처]

미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이 26일(현지시간) 올린 트위터. [트위터 캡처]

 CNBC는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좋아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어떻게 미국에 보복할지를 물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처럼 보인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소행으로 의심되는 이중 스파이 독살 시도 사건과 관련 영국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차원으로 미국에 파견된 러시아 외교관 60명에 대해 추방 결정을 내리고, 시애틀의 러시아 영사관을 폐쇄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동부 표준시(EST) 기준 오후 1시까지 이 설문조사에 1만1600명 이상이 투표했고, 상트페테르부르크가 45%로 최다득표를 얻었다. 선택지로 올라온 영사관들은 러시아에 살거나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 있는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또 미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에게 임시 입국비자를 내준다.

 이 같은 러시아의 ‘트위터 외교’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14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영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은 그날 저녁 온도계 이미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면서 “영국과 러시아의 관계 온도가 영하 23도로 떨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추운 날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썼다.

영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이 14일(현지시간) 올린 트위터. [트위터 캡처]

영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이 14일(현지시간) 올린 트위터. [트위터 캡처]

  또 “이 사건은 영국 당국이 러시아의 신용을 훼손하려는 또 다른 비뚤어진 시도로 보인다”며 가짜뉴스는 안 된다는 내용의 이미지를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대한 징벌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어떤 위협은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만날 것”이라며 영국은 그 점을 알아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가디언은 이 같은 러시아의 트위터 외교 전술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이중 스파이 독살 사건 관련 “대부분의 트윗은 200번 가까이 리트윗됐고, 온도계 트윗은 거의 1000번 가까이 공유됐다”고 전했다. “괴짜다운 (oddball) 외교 전략이 러시아 당국의 메시지를 더 멀리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대사관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6만 7000명이 넘어 다른 세계 주요 20개국(G20)보다 많다. 가디언은 “최근 트위터가 가짜 뉴스와 가짜 계정 봇을 삭제한 후 러시아는 최소한 99.8%의 팔로워들이 진짜임을 자랑스럽게 뽐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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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도 “러시아 대사관은 그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유머와 날카로운 레토릭, 때때로 신랄한 비난을 해온 역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대사관은 이달 초 워싱턴 D.C 노스웨스트에 있는 자국 대사관 건물 위의 헬리콥터 사진을 게시하면서 “어젯밤 미국 헬리콥터가 러시아 대사관 부지에서 찾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미국 수도 중심에서 내비게이션 장치의 ‘수상한’ 오작동이었을까? 다른 러시아 개입의 흔적을 찾기 위한 필사적인 시도인가?”라고 쓰기도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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