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水害' 제수용품 달려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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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추석 매출이 지난해보다 20% 가량 늘었다. 또 신세계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할인점의 매출도 30% 가까이 뛰었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서 추석 경기마저 실종되지 않을까 하는 당초 우려와 달리 모처럼 매출 호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예년과 달리 각종 할인행사도 겹쳤지만 저가 품목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소비심리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추석 경기가 '반짝 특수'에 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백화점.대형 할인점은 일단 안도=예상 밖의 매출 호조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을 주도하고 있는 상품은 예년과 달리 2만~3만원대의 중저가 선물세트다. 특히 비누.치약.참치 등 전통적인 중저가 선물이 올 들어 효자상품으로 부활했다.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애경산업.동원F&B 등은 중저가 선물세트를 추석 대목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생활용품이나 참치.햄 등의 식품으로 구성된 1만원 안팎의 선물 세트들은 출시하자마자 동이 나 추가 제작을 하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추석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예전엔 8월 말에 하던 백화점의 개점 사은행사를 추석 대목에 맞춘 덕도 크다"며 "올 추석 매출은 지난해 두 행사 기간의 매출액을 합친 것보다는 적다"고 말했다. 예년처럼 고객들에게 각종 할인 혜택을 주는 개점 사은행사를 따로 했다면 올 추석 특수는 지금 수준에 못미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재래시장은 울상=추석이 가까워졌지만 재래시장은 여전히 썰렁하다. 할인점과 백화점이 늘면서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데다 불경기로 서민층이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 직전의 마지막 주말을 앞둔 5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에 있는 '포핀스 아동복' 상가 안에는 서너명의 손님이 물건값을 물어보고 있을 뿐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곳에서 10여년 동안 아동복을 취급해 온 최모(45.여)씨는 "경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경기가 나아지기는커녕 아예 없다. 외환위기 때도 올해처럼 장사가 안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잦은 비도 재래시장의 매출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신발을 판매하는 김모(50)씨는 "비가 오면 사람들이 재래시장에 오는 것을 더 꺼린다"며 "경기도 안좋은 데 비까지 자주 내리니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제수용 과일 확보 비상=잇따른 호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농산물은 과일이다. 추석이 예년에 비해 열흘 이상 빨라져 제대로 자라지 못한 데다 잦은 비로 상품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수용이나 선물용으로 쓰이는 최상등급 과일은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예년에 비해 30~40% 이상 올랐다. 현대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최상급 배의 경우 개당 9천4백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 정도 올랐으며 사과는 개당 6천5백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가락시장 박수복 팀장은 "호우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데다 가격이 비쌀 것으로 예상한 소비자들이 과일을 외면하고 있어 판매가 매우 저조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익재.박혜민.정현목 기자 <ijchoi@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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