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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네, 매워 '서울대 주먹' … 대학 클럽 중 전국 최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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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용호 감독(왼쪽)이 FOS 회원인 성은경씨(국어교육 4)의 스트레이트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있다. 이충형 기자

29일 오후 6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씩 서울대 체육관에 모여들었다. '3분 3회전'의 줄넘기를 끝내고 종일 책을 잡던 손에 붕대를 감기 시작하면 어느덧 몸 안의 '파이터'가 꿈틀대며 살아난다. 여기는 대학 최강 복싱 동아리, 'FOS(Fist of SNU.서울대의 주먹)'다.

체육 특기생 제도가 없는 서울대는 야구.축구 등 모든 종목이 순수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돼 있어 최약체를 면치못하고 있다. 하지만 복싱만큼은 아니다. 동아리 최강이고, 엘리트 선수 '뺨치는' 기량의 소유자도 있다.

21일 끝난 전국 신인 아마추어복싱 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최우수선수(MVP)는 서울대생 정하동(57㎏ 이하.농산업교육 3)씨의 몫이었다. 졸업 후 교사가 되겠다는 정 선수는 지난달 서울시 신인 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김용호(44) 감독은 "엘리트 선수 사이에서도 중간은 갈 것"으로 평가했다.

서울시 대회에서는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차지했다. 동메달 입상자 중에는 지난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법연수원생(서지용.법학 석사 2)도 있다. FOS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 열린 전국 복싱 동아리 선수권대회에서는 네 차례나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명실공히 대학부 최강자다.

매일 저녁 훈련에 정기적으로 참가하는 회원은 150여 명. 대부분 고교 시절까지 '공부만 잘하는 약골'이었다. 처음엔 '줄넘기 3분'을 버티지 못하는 회원이 부지기수였지만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우등생 특유의 집념과 성실성이 이들을 '복서'로 거듭나게 했다.

여고 시절 '체육 전교 꼴찌'였다는 김진화(사회교육 4)씨는 2002년 서울대에 입학한 뒤 "가장 힘들 것 같아서" 복싱을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만인 2003년 아마추어복싱연맹회장배 대회에 출전, 여자 48㎏ 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주장인 위성욱(경영 4)씨는 성실성을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훈련을 마치고 다시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도 많다"고 한다.

FOS가 대학 복싱 강자가 된 데는 김용호 감독의 힘이 컸다. 아마추어 국가대표선수 출신인 김 감독은 2001년 지인의 소개로 FOS를 알게 됐다. 복싱 지도자의 꿈을 품고 있던 김 감독은 사무실이 있는 경기도 포천에서 3시간 거리인 서울대를 오갔고, 부족한 동아리 운영비까지 메워가며 6년째 학생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

새 학기를 맞아 회원들과 동아리 개강 파티를 준비 중인 김 감독은 "20년은 젊어지는 기분 때문에 손을 놓지 못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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