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재건축시장 안정대책]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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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9.5 부동산 대책의 주 타깃은 서울 강남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재건축아파트다. 강남의 재건축아파트가 부동산값 상승을 선도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재건축 때 중소형 아파트를 60% 이상 짓도록 함으로써 재건축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막는 동시에 강남 아파트의 공급물량을 크게 늘리는 이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당장 1대 1 재건축을 추진 중이던 1만3천여가구 아파트가 이번 대책에 따라 재건축하게 되면 2만여가구 이상으로 공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동시에 분양권 전매 금지,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 강화, 국세청 세무조사 등 각종 규제수단을 다발적으로 쏟아부어 단기차익을 노린 아파트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판교 신도시의 교육여건을 개선해 강남 대체효과를 높이겠다는 구상도 곁들여졌다.

결국 이번 대책은 강남지역의 집값 상승요인을 각종 규제로 틀어막아, 다른 지역으로 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대책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아파트 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줄어 강남지역의 기존 중대형 아파트 가격을 올리는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9.5 대책 왜 나왔나=건교부 관계자는 "5.23 조치 이후 안정되던 강남 집값이 최근 크게 오르면서 다른 지역으로까지 파급될 기미가 보여 4일 밤 전격적으로 대책발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아파트 가운데 지난 8월 한달 동안 1억원 이상 오른 아파트가 1만가구가 넘었고, 이 중 강남지역의 아파트가 98%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 4일 서울시의회가 안전진단을 신청할 수 있는 재건축 가능 연한을 일부 완화하면서 재건축 단지가 또다시 들썩거리자 초강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장기적 효과는 불투명=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이번 대책의 강도 및 파괴력은 어떤 조치보다 크다"며 "재건축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조합설립인가부터 착공까지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 입주 때까지 전매를 못하게 된다면 투기자금이 유입되기 어려워 가격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에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가 집중 공급돼 평형별로 하향 평준화가 되면 집값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론 불투명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서울대 최막중(환경대학원)교수는 "강남의 재건축이 중대형으로 이뤄지는 것은 이런 평형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인데 이를 틀어막으면 기존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더 뛸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거환경연구원 김우진 원장은 "과밀억제권역에 소형평형 위주의 공급을 늘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중대형 공급이 부족해 오히려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 시비 우려=재건축 조합원의 분양권 전매(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이 적지 않아 국회 통과가 만만치 않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재건축아파트의 조합원들은 대지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데 개인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환경연구원 김우진 원장도 "조합설립 인가부터 사업승인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곳도 있는데 이 기간에 재산권 행사를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정창수 국장은 "재건축이 집중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투기과열 현상을 차단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것이므로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종윤.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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