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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전남 구례 산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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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하나 없는 매끈한 가지마다 튀밥처럼 꽃이 터지자 시리도록 샛노란 빛이 꽃불처럼 터진다. 아랫마을 윗마을 가릴 것 없이, 올망졸망한 돌담은 물론 뒤뜰 장독대와 마을 앞 실개천에도 봄 햇살 받은 산수유가 꽃 대궐을 이뤘다. 마치 꽃길은 산을 잇고 마을을 잇고 개천을 이어 사람의 마음에까지 이어진 듯하다. 이를 보고 곽재구 시인은 '산수유 꽃 필 무렵'이란 시를 읊었나 보다.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십 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 꽃 섧게 피는 길 칠십 리'

'칠십 리 산수유 꽃길'인양 굽이굽이 도는 아리랑 길을 지팡이 짚고 내려오는 백발의 촌로. 예전엔 마을 처녀들이 열매를 깨물어 씨를 깐 탓에 입술이 붉고 예뻐서 최고의 신붓감이었다더니 입술이 새색시처럼 곱다.

"다 옛날 말이랑께. 요즘이야 어디 그렇당가. 죄다 기계로 후딱 까버리제. 그나저나 이쁘먼 뭐하것소. 시방은 꼬부랑 할망구인디. 산동서 나고 시집 살았는데, 산비탈을 괭이로 파서 심은 놈들이 요놈들이랑께. 산수유 땜시 허리가 요로코롬 굽어졌다요. 그래도 봄엔 꽃 좋고 가을엔 열매 좋으니, 요 놀짝지근 한 놈들이 자식보다 효자랑께."

원경으로 꽃을 찍을 때 강한 빛의 역광을 이용하면 명암이 강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가장 밝은 부분에 노출을 맞추면 빛을 받지 않은 부분은 어둡게 처리되어 표현코자 하는 주제만 부각시킬 수 있다. 이때 렌즈에 직접 빛이 닿으면 해상력이 떨어지게 되니 렌즈 후드나 가리개를 이용하여 빛을 차단해야 한다.

Canon EOS-1Ds MarkII 70-200mm f8 1/320초 Iso 100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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