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재판 장기전 돌입 전망...박근혜도 구속후 1년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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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검찰 조사를 마친 뒤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면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검찰 조사를 마친 뒤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면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재판은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혐의 18개로 朴 구속 때보다 많아 #추가 수사 통해 혐의 늘어날 듯 #측근 비리와 개인 비리 차이점 #재판 돌입 후 법리 공방 벌일 듯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18개에 달한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구속 당시 혐의(13개)보다 많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5개 혐의를 추가해 총 18개 혐의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외에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수수, 공천 개입 등 4개 혐의에 대해서도 별도 재판을 받고 있는데,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에 적시된 이외의 혐의에 대해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국정원이 장다사로(61)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건넨 10억원, 김진모(52) 전 민정2비서관에게 준 5000만원의 특활비 등도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현대건설에 요구해 다스 자회사인 홍은프레닝을 용역업체로 끼워 넣어 약 2억6000만원의 통행세를 받은 혐의도 수사 중이다.

검찰이 영포빌딩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한  청와대 문건 3000여건 중 정치공작이 의심되는 자료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20개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두 전직 대통령에게 제기된 혐의나 수사 과정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대부분 ‘비선실세’ 최순실(62)씨가 연루된 뇌물 수수나 직권남용 등이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차명재산 보유 및 불법자금 수수 등 좀 더 개인 비리의 성격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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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도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의 사건에선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민정수석, 조윤선 정무 수석 등 청와대 주요 인사들과 정치 공작 혐의를 받는 국정원 관계자, 기업 총수 등이 대거 법정에 섰다.

이 전 대통령의 사건에선 재임 당시 청와대 비서관들, 재산 관리인 등이 주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아내 김윤옥 여사, 아들 이시형씨, 사위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등 가족들이 연루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두 사건 모두 혐의가 다양하고 관계자가 다수 연루된 복잡한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앞선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을 통해 이 전 대통령 재판의 진행 추이를 예측해 볼 순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2017년 3월 31일) 이후 1년이 지난 오는 4월 6일에야 국정농단 사건의 1심 선고를 받는다. 지난 2월 시작된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재판은 아직 시작 단계다. 추가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재판 역시 이에 못지않게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서면심사가 진행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창문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김경록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서면심사가 진행된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창문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김경록 기자

이 전 대통령은 이번 영장심사에 불출석해 피의자 심문이 서류 심사로 대체됐다. 하지만 이는 검찰과의 신경전으로 볼 여지가 있어 일단 재판이 시작되면 이 전 대통령 측이 치열하게 법리 공방을 벌일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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