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세상] 아이들이 직접 꾸미는 놀이터 “팡팡이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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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품팡팡 놀이터에서 마을 아이들이 노는 모습. 놀 공간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놀이터가 생긴 이후 학교가 끝나면 매일 이곳에서 친구들과 만난다.

지품팡팡 놀이터에서 마을 아이들이 노는 모습. 놀 공간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놀이터가 생긴 이후 학교가 끝나면 매일 이곳에서 친구들과 만난다.

경북 영덕군 지품면 신안리는 영덕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차로 30분 정도 더 들어가야 나오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 사는 33명의 어린이에게는 아지트가 하나 있다. 지품초등학교 앞 흰색 건물 ‘지품팡팡 놀이터’다. 건물 2층에 있는 대형 트램폴린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다. 16일 놀이터를 방문했을 때도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트램폴린 위를 방방 뛰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트램폴린을 ‘팡팡’이라고 불렀다. 유치원생 정샛별(5)군은 놀이터에서 뭐가 제일 재밌는지 묻자 바로 “팡팡 뛰는 거!”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경북 영덕 ‘지품팡팡 놀이터’ #놀 곳 없던 아이들 공간으로

지품팡팡 놀이터는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키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자체와 협력해 지난해 8월 세운 놀이터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집들이 띄엄띄엄 있는 시골은 아이들의 ‘놀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에 주목했다. 아이들의 ‘놀이공간’과 ‘보호공간’을 겸하는 장소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자체 공모를 받아 놀이터 장소를 선정하고 ‘어떤 놀이터를 원하는지’ 아이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광엽 세이브더칠드런 직원은 “‘공간을 크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아 실내를 최대한 넓게 쓸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지품팡팡 놀이터에서 마을 아이들이 노는 모습. 놀 공간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놀이터가 생긴 이후 학교가 끝나면 매일 이곳에서 친구들과 만난다.

지품팡팡 놀이터에서 마을 아이들이 노는 모습. 놀 공간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놀이터가 생긴 이후 학교가 끝나면 매일 이곳에서 친구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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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2층으로 올라가면 팡팡으로 통하는 문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입구, 하나는 출구로 사용한다. 아이들이 정해놓은 규칙이다. 아이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아동자치위원회’ 회의를 한다. 올해 새 회장이 된 김윤주(11)양은 “놀이터가 문 닫는 6시까지 친구들과 놀다 간다. 예전엔 급식실이나 운동장에서나 잠깐씩 보던 동생들과 같이 놀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오후 4시쯤 책가방을 든 초등학생 3명이 후다닥 들어왔다. “오늘 못올뻔했어요”라며 김예찬(7)군이 후다닥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박주안(9)군의 어머니 공문숙(45)씨는 “처음 마을에 놀이터가 생긴다고 했을 때 ‘굳이 왜?’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주안이는 놀이터를 너무 좋아해서 가장 무서워하는 게 ‘놀이터 금지’다”고 전했다.

지품팡팡 놀이터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이 원하는 수업을 한다. 이번 달은 ‘영화만들기’ 수업이 진행 중이다. 아이들이 직접 59초짜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제를 선정해 촬영까지 해보는 수업이다. 예전에 한 수업 중에서는 ‘다도 및 절 배우기’나 ‘종이접기’ 수업 등이 제일 인기가 많았다. 놀이터 1층 책꽂이에는 아이들이 만든 종이인형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매주 월요일은 아이들의 아이디어로 ‘마을산책’을 나간다. 이은정(40) 선생님은 “마을을 30분~1시간 산책하는데 논두렁에 냉이나 달래 같은 게 있으면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직접 캐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곧 날이 따뜻해지면 아이들이 직접 씨앗과 화분 등을 공수해 놀이터에 식물도 키울 예정이다.

사진·글=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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