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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리비아 불법자금 수수 혐의 구금

중앙일보

입력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63·2007∼2012 재임)이 지난 2007년 프랑 대선 직전,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로부터 660억 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구금됐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세계지식포럼 제공>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세계지식포럼 제공>

20일(현지시간)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파리 근교의 낭테르 경찰은 이날 오전 불법정치자금·돈세탁·탈세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해 심문 중이다.

사르코지는 지난 2007년 프랑스 대선 직전에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로부터 최대 5000만 유로(660억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프랑스 사정당국은 지난 2007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리비아에서 수상한 자금이 사르코지 측으로 흘러간 정황을 탐사보도 매체가 2013년을 전후로 보도하기 시작하자 그해 4월 내사를 시작했다.

탐사보도 전문 매체 메디아파르(Mediapart)는 카다피가 2007년 프랑스 대선 직전 사르코지 측에 5000만 유로를 건넸다는 리비아 정보국장의 서명이 담긴 문서를 확보해 보도한 바 있다.

르몽드에 따르면, 전달책으로 지목된 프랑스계 레바논인 사업가 지아드타키딘은 2016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500만 유로(66억원)의 자금을 리비아에서 프랑스로 2006년 말과 2007년 초에 송금했다고 실토했다.

경찰은 이 자금에 대해 클로드 게앙 당시 내무장관을 통해 대선 후보였던 사르코지에게 전달됐다고 파악했다. 해당 내용은 2012년 리비아 검찰의 관련자 수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프랑스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사르코지는 최소 500만 유로에서 최대 5000만 유로의 불법 자금을 2006년 말과 2007년 초 리비아 정권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카다피의 비자금 관리자이자 프랑스와의 중개인 역할을 담당했던 베시르 살레는 최근 르몽드 인터뷰에서 “카다피는 자신이 사르코지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고, 사르코지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며 “나는 사르코지보다는 카다피의 말을 더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프랑스검찰은 리비아의 검은돈이 중개인들을 거쳐 사르코지의 측근 게앙 전 내무장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50만 유로(6억6천만원 상당)의 외화가 게앙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도 파악하고, 2008년 그가 남프랑스의 별장을 리비아의 한 투자회사에서 시세보다 크게 높은 가격으로 매각한 경위도 수사 중이다.

사정 당국이 사르코지를 48시간 구금하기로 한 것은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와 증언을 다량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금 48시간이 지나면 수사판사가 필요에 따라 구금 연장과 구속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 프랑스는 중요 사건의 경우 수사단계에서부터 예심판사가 개입한다.

사르코지가 리비아 불법대선자금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출석해 직접 심문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관련 혐의를 일체 부정해왔다. 사르코지는 이 사건과 별개로 2012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면서 홍보회사인 ‘비그말리옹’의 자금을 몰래 갖다 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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