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코리안] 워싱턴 정가에 한국영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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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태식 주미대사도 다이앤 웟슨(민주.캘리포니아)과 찰스 랭글(민주.뉴욕) 등 미 하원의원 7명에게 직접 한국영화 DVD를 선물했다. 의회 보좌관 30여 명도 대사관 측으로부터 DVD를 선사받았다.

이 대사는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영화를 보면서 한국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DVD를 건넸다. 이에 미 하원의원들은 "말로만 들었던 한국영화를 직접 감상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전 참전용사인 랭글 의원은 '태극기 휘날리며' DVD를 건네받고는 "내가 한국전 당시 소속됐던 미 육군 2사단의 활약상도 영화에 등장하느냐"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대사관 측은 "특히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의 참상을 생생히 보여주면서도 더이상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을 잘 전달하고 있어 반응이 좋다"며 "준비해 뒀던 30여 장의 DVD가 이미 모두 동난 상태"라고 전했다.

미 의회의 젊은 보좌관들은 '봄여름가을겨울'과 '올드보이'등 각종 국제영화제 수상작에 열광하는 모습이었다. 여성 보좌관들은 '봄여름가을겨울'에 대해 "영상미가 훌륭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여성 보좌관은 "미국에서 개봉했을 당시 이 영화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직접 소장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과 북한 인권 문제에 깊이 관여해온 한 보좌관은 "지한파를 자처하는 미국 정치인들도 한국의 실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영화 감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대사관 측은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의 당위성을 홍보하려는 게 당초 취지였는데 예상밖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에 제공된 DVD는 미국 시장을 겨냥해 영어 자막과 영어 더빙이 완비된 제품들이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입소문으로 전해들은 많은 미 의회 관계자들로부터 'DVD를 구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오는 6월 25일에 '태극기 휘날리며' DVD 1000장을 추가로 구입해 미 의회와 행정부 관리들에게 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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