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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촉구 반응 없어 한계노출|정가「6·10 학생회담」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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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10 남-북 학생회담으로 비상이 걸린 정가는 회담추진날짜를 하루 앞두고 그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당 3김 총재가 연기를 촉구했으나 아직 뚜렷한 응답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측은 원천봉쇄 한다는 강경 저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야당 측은 일면 구속자 석방·학생들과의 대화를 정부측에 촉구하고 다른 쪽으로 학생들과 접촉하는 등 분주한 모습. 그러나 정치권의 움직임이 학생측에 어떻게 투영될지 반응은 아직 미지수여서 정치권노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야권 3당총재들이 6·10 남-북 학생판문점회담 연기를 촉구하는 일방 통일논의의 정치권 수렴에 합의한 야권은 그 합의가 학생들에게 수용되도록 나름대로의 설득에 골몰.
야권은 9일 각 당 당직자 회의를 열고 학생들에게는 「아직 국민적 합의가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연기를 거듭 촉구하는 한편 정부측에는 교류방안의 구체적 제시와 회담과 관련해 구속·연행된 학생의 석방과 수배해제조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평민·민주당은 8일 연대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부총재 급 대표를 참석시켜 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을 받고 매우 곤혹스런 입장에 처해 회의에 부쳤으나 평민은 참석, 민주당은 불참키로 결정했다.
평민·민주당 측은 학생들이 3김 합의사항을 어떻게 받아들여 결론을 내릴지 초조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대중 평민, 김영삼 민주당 총재는 8일 3김 회담이 끝난 뒤인 오후2시 각각 당사를 찾아온 남북학생회담 실무대표들을 만나 연기촉구의 배경을 설명해 주고 정치권의 판단을 받아들여 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강행 움직임이 수그러들지 않자 평민당은 9일 예정된 1박2일의 정책세미나를 취소하고 주요 당직자들로 하여금 학생들과 접촉, 설득토록 하는 등 당 력을 온통 6·10 남-북 학생회담 대응에 집중.
당 통일관계특별소위 위원장인 박영숙 부총재와 이길재 대외협력위원장 등은 이에 따라 최근 학생들과 만나 『근본 취지는 이해하나 국민적 공감대가 덜 성숙된 상황에서의 강행이 또 다른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
김대중 총재는 8일 오후 당사를 찾아온 학생회담실무대표 한 명(연대 생)이『학생이 하는 것을 야당이 인정해 주고 정부가 잘못됐다는 것을 함께 지적해 주는 동시에 야당이 학생들의 토론회에 동참, 뜻이 같음을 확인시켜 주면 연기할 수 있다』고 하자『야당은 이미 학생들의 뜻을 이해하고 있다』며 학생회담 연기를 촉구.
김 총재는『3당총재들이 만나 학생들의 순수성을 인정했고 여러분의 뜻을 이해하는 재야·정당들이 함께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제의도 나왔다』면서『그러므로 무리하게 강행하면 불행한 사태가 생길지 모르니 재고하기를 바란다』고 설득.
김영삼 민주당총재도 대학생 2명(연대 및 홍익대생)으로부터『야당이 분명한 태도를 갖고 지지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학생들의 순수한 애국적 정열은 인정하지만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됨으로써 희생과 동기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불행한 사태가 우려된다』고 강조.
김 총재는 『이번 문제제기로 학생들의 통일의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 모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만큼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럴 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
민주당은 그러나 학생들의 토론회에 당 인사를 참석시켜 달라는 요구엔『대규모 참석인원의 군중집회 성격으로 보아 토론회의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될 수 없다』고 불참 입장을 통고.
공권력을 동원해 6·10 회담추진을 저지할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는 정부측은 학생교류를 남북교류에 포함시킬 수 있으나 학생들이 나서서 회담하겠다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엔 불변.
이현재 국무총리·이홍구 통일원장관은 8일 오후 평민·민주·공화 3야당 정책위의장들과 남북학생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학생대표 3명을 각각 만나 정부 입장을 설명.
학생대표들은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되고 이 통일원장관 면담으로 낙착.
3야당정책위의장들은 이 총리에게『정부가 학생대표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대화 해줄 것』을 제안하면서 6·10 학생회담 연기요청과 관련해 『구속됐거나 수배중인 학생들을 즉각 석방 또는 수배 해제 해줄 것』을 요구.
이 총리는『3당의 의견을 존중해서 적극적으로 학생들과 대화하고 대화를 통해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히고『그러나 6·10 학생회담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이 총리는 정부와 학생들과의 대화문제에 대해『대화 창구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번번이 나설 수 없기 때문에 통일문제 주무장관인 통일원장관을 통하도록 하겠다』며『이와 함께 대학총장과 교수들도 적극 나서서 학생들과 대화하고 설득작업을 펴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장 핵심문제인 6·10관련 구속자 석방과 수배해제 문제에 대해 이 총리는『법질서 유지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전제, 『구속자 석방과 수배자해제 문제는 회담 전에 할 것인지, 회담 후에 할 것인지는 치안당국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혀 사태추이를 관망하면서 결정할 태도임을 시사.
한편 이 통일원장관을 만난 6·10 남-북 학생회담준비위원회 실무위원인 이 혼 군(21·경희대 국문과 4년)등 3명은 △6·10학생회담을 허용해 주고 △9일 오후 연대에서 열리는 대토론회에 이 장관이 참석해 주며 △학생회담과 관련, 구속중이거나 수배중인 학생들을 석방·수배 해제 해줄 것을 건의.
그러나 이 장관은『6·10학생회담을 정부입장으로서는 허용할 수 없다』며『그 이유는 학생들이 판문점에 가는 것은 법질서를 위반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신변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로서 그같은 장소에 가도록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거부.
이 장관은 특히 학생들에게 『대학생들이 통일문제에 높은 관심과 열정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지만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대북 접촉을 무분별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득. <이규진·고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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