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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대박' 요덕 스토리 앙코르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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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뮤지컬 '요덕 스토리'(사진)를 제작하고 있는 극단 빅디퍼 사무실은 29일 밀려오는 전화 문의 때문에 '시장 바닥'처럼 어수선했다. "도저히 업무를 볼 수 없어 전화기를 치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란 게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북한 인권상황을 고발하는 요덕스토리에 단체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2일까지 공연될 요덕스토리의 티켓은 현재 동이 난 상태다. 제작사 측은 이미 28일 인터넷 사이트 티켓링크 예매를 중지시켰다. 남은 공연표가 단체 구매로 다 팔려 나갔다. 뒤늦게 터진 '대박'에 힙입어 앙코르 공연도 서둘러 준비중이다. 공연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다음달 중순께 다시 한번 요덕스토리가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이 작품은 북한의 1급 정치범 수용소인 요덕수용소를 그렸다. 어두운 북한의 인권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북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는 평가을 받고 있다. 탈북자 출신 정성산씨가 직접 감독으로 나서 제작 초기부터 눈길을 끌었다. 북한 무용수들의 안무 역시 탈북자 출신 무용가 김영순씨가 맡았다. 제작비는 7억원.

요덕스토리 성공의 일등 공신은 정치권이다. 사실 이 작품이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 처음 올려진 이달 중순만 해도 대중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그러다 한나라당 의원 등 보수층 인사들이 차례로 관람하면서 언론에 자주 언급되자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26일이 대박의 고비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관계자 30여명이 대거 객석을 채웠다. 김 전 대통령은 "김정일이 제거되기 전에는 한반도에 영원한 평화는 없다"고 말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종석 통일부 장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요덕스토리를 관람하고 감상평을 공개하라"고 언급했다. 전여옥 전 대변인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초대장을 보냈지만 여권 인사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요덕스토리가 현 정권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카드로 활용된 셈이다.

요덕스토리를 바라보는 공연계의 시선은 다르다.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작품성을 두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평론가는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기보다 예비군 훈련장에 온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순천향대) 교수는 "다큐멘터리라면 모를까 왜 뮤지컬로 만들었는지 잘 납득이 안 간다. 스토리의 개연성과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평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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