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누르는 손을 보고 있던 ‘화재경보기 몰카’

중앙일보

입력

[사진 KBS '뉴스9']

[사진 KBS '뉴스9']

A씨 가족은 평소와 다름없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갔다. 특별할 일은 전혀 없었다. 외출했을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복도 천장에 화재경보기가 생겼다는 것이었지만, 평소 천장에 큰 관심도 없었고, 만약 봤더라도 별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후 이들 집에는 도둑이 들었다.

복도 천장에 화재경보기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아파트에 침입하는 수법으로 2억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남성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김모(41)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장물을 구입한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 등은 지난달 13일 오전 11시쯤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현관문을 사전에 미리 알고 있던 비밀번호로 열고 들어가 시계와 귀금속 등 8000만원 어치를 훔치는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2억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부산 해운대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이들은 오후에 아파트 복도 천장에 화재경보기로 위장한 카메라를 설치한 뒤 다음 날 새벽 영상을 확인해 입주민이 출입할 때 누르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김씨 등 일당이 범죄에 활용한 화재경보기형 몰래카메라는 누구나 쉽게 시중에서 구할 수 있다.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현행법상 규제 방법은 없다.

경찰은 최근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늘고 있다며 “아파트 현관 천장에 못 보던 화재경보기 등이 붙어있으면 의심해봐야 한다. 비밀번호를 누를 때 몸이나 소지품 등으로 가리는 것이 좋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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